밀착하는 日·中…아베, 기업인 500명 데리고 시진핑 만난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사진 왼쪽)가 25일 일본 총리로선 7년 만에 중국을 공식 방문했다. 500명이 넘는 대규모 경제사절단도 동행했다. 중국과 일본은 제3국 인프라 투자에서 협력하기로 하는 등 경제분야에서 대대적으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거세지는 통상 압박에 맞서 세계 2·3위 경제 대국인 중국과 일본이 경제 밀월 가속화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베 “양국 관계 새 단계로”

아베 총리는 이날 중국 베이징을 방문,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와 회담 및 만찬을 했다. 2박3일 일정으로 중국을 찾은 아베 총리는 이튿날 리 총리와 오찬을 하고 오후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양국 경제협력 증진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만찬도 예정돼 있다. 일본 총리가 국제회의 참석을 제외하고 중국을 공식 방문한 것은 2011년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전 총리 이후 7년 만이다. 중국 지도부가 아베 총리에게 세 차례 식사를 대접하는 것은 그만큼 관계 개선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증거다. 아베 총리는 출국 전 기자들과 만나 “공정무역체제 강화와 한반도 비핵화 등 중요 문제에 대한 중국과의 협력을 확인하고 싶다”며 “일·중 양국 관계를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2012년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토 분쟁이 빚어져 양국 관계가 급속히 냉각된 이후 줄곧 거리를 둬왔던 양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보호무역주의 조치를 강화한 뒤 관계 개선의 접점을 찾은 분위기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과 아베 총리는 50여 건의 경제협력 방안에 대한 합의를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경제분야에서 첨단기술과 지식재산권 보호 등을 다루는 새로운 협의체 설립에 합의할 전망이다. 2013년 중단됐던 통화스와프도 재개된다. 양국 중앙은행의 위안화·엔화 통화스와프 규모를 기존 3300억엔에서 3조엔으로 10배 늘리는 통화교환 협정에 서명할 것으로 전해졌다. 동중국해에서 가스전 공동 개발도 협의키로 했다.

무엇보다 시 주석이 야심차게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정책에 아베 총리가 적극 협력하기로 한 게 주목된다. 아베 총리는 ‘중·일 제3국 시장 협력 포럼’에 참여한다는 명목으로 500여 명의 대규모 경제사절단을 대동했다. 이 행사에는 양국 경제인 1400여 명이 참석했다. 양국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제3국에서의 인프라 투자 등에 보조를 맞출 계획이다.

◆기술 경쟁은 양국 밀착의 걸림돌

중·일 관계가 개선 기미를 보이는 것은 표면적으로는 중·일 평화우호조약 발효 4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중국이 미국과의 통상전쟁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고 일본을 우군으로 끌어들이는 작업을 본격화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미국과의 통상갈등이 본격화된 이후 미국으로부터 첨단산업 기술을 얻기 어려워지면서 중국은 일본으로부터 기술을 획득할 필요성이 커졌다.

일본도 중국의 ‘러브콜’이 싫지만은 않은 표정이다. 여전히 미·일 동맹 강화를 외교의 제1원칙으로 삼고 있지만 중국이라는 지렛대를 활용하면 미국과의 협상에서 일본의 입지를 강화할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일 관계가 개선되더라도 기술 경쟁 구도는 여전히 양국 간 긴장을 유발하는 핵심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식재산권 보호와 첨단기술 이전 문제에서 미국의 태도가 워낙 강경한 만큼 중·일 밀월에도 한계가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도쿄=김동욱/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