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클린턴 등 주요 비방대상 포함…"트럼프 공격적 발언의 결과"
'폭발물 소포' 타깃 면면은…모두 트럼프가 공격한 '단골표적'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폭발물 소포'가 반(反) 트럼프 진영 인사들과 언론사에 동시다발적으로 배달되는 사태가 발생하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우리는 이 비겁한 공격을 용납할 수 없다"며 단호한 대응을 천명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둘러싼 비판의 화살은 트럼프 대통령에게로 향하는 모양새다.

폭발물 소포 수신자 모두 공교롭게도 트럼프 대통령이 평소 '단골 표적'으로 삼아온 반대진영의 유력 인사와 대표 언론이기 때문이다.

현지 언론도 이번 사건을 트럼프 대통령의 평소 공격적 언행의 결과물로 보고 있다.

CNN방송은 "(폭발물 소포의) 수신자 모두에게는 공통점이 있었으며 이는 그들이 우파의 단골 비방 대상이라는 것"이라고 보도했고 워싱턴포스트(WP)는 "선동적 수사들 사이에서 트럼프 발언의 표적이 폭발물의 표적이 됐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11·6 중간선거를 앞두고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공화당 지원유세 현장에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온갖 비방과 폭언의 대상이 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전임 행정부의 정책이나 업적을 대놓고 깎아내리고 클린턴 전 장관에 대해서는 "그를 (감옥에) 가두라"라고 외치곤 한다.

또 다른 폭발물 소포 수신자 맥신 워터스(캘리포니아) 하원의원은 민주당 내에서 대표적인 '트럼프 저격수'로 꼽히는 인물로 트럼프 대통령은 그를 "지능이 낮은 사람"이라고 부르며 조롱하기도 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지낸 존 브레넌도 폭발물 소포를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소 자신을 비판해온 그의 기밀 취급 권한을 박탈하면서 "브레넌 전 국장은 역사상 최악으로 쉽게 기억될 것"이라며 "퇴임한 후에 그는 우리나라의 기밀을 믿고 맡길 수 없는 그야말로 떠버리, 당파주의자, 정치꾼이 됐다"고 맹비난했다.

또 다른 수신자인 민주당 기부자이자 억만장자 조지 소로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퍼뜨려온 음모론의 주인공 가운데 한 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브렛 캐버노 대법관의 인준에 반발한 시위자들을 비판하면서도 소로스에게서 돈을 받은 '전문적 꾼들'이라고 맹비난을 퍼부은 바 있다.

대선 당시부터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가짜 뉴스'를 양산하는 엉터리 언론으로 불리며 온갖 수모를 당해온 CNN방송은 이번에 뉴욕지국에 폭발물 소포와 함께 백색 분말 가루도 배달됐다.

이들 이외에 CNN 지국에 배달된 소포의 반송지 주소로 적시된 민주당 소속 와서먼 슐츠(플로리다·전 민주당 전국위원회 위원장) 연방 하원의원의 플로리다 사무실에서도 폭발물로 의심되는 소포가 발견됐다.

소포에는 오바마 행정부에서 법무장관을 지낸 에릭 홀더 전 장관이 수신자로, 반송지로 슐츠 의원의 주소가 적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평소 발언을 문제 삼으며 이번 사태의 책임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있다고 공격했다.

이날 척 슈머(뉴욕)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와 낸시 펠로시(캘리포니아) 하원 원내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평소 비방과 폭언을 쏟아내며 폭력에 관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언행을 문제 삼았다.

슈머 대표와 펠로시 대표는 공동성명에서 "몇 번이고 계속해서 트럼프 대통령은 물리적인 폭력을 눈감아줬고, 말과 행동으로 미국인을 분열시켰다"며 화합을 호소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이 "공허한 울림"이라고 비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