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개방 40주년 맞아 광둥성 방문…세계 최장 강주아오 대교 개통식 참석
"무역전쟁 맞서 중국 경제 자신감 불어넣으려는 행보" 분석
시진핑 '신 남순강화'서 개방보다 "기술 자력갱생" 강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개혁개방 40주년을 맞아 중국 경제의 중심인 광둥(廣東)성을 방문해 '신 남순강화'(南巡講話)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이번 방문에서는 개혁개방을 강조했던 2012년 말 방문과는 달리 중국의 '기술 자력갱생'을 강조해 미국과의 무역전쟁에 맞서는 '항전' 의지를 느끼게 했다.

2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명보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전날 광둥성 주하이(珠海)시의 헝친(橫琴) 하이테크산업지구를 찾아 웨아오 중의약 과학기술산업원을 방문했다.

이어 세계 최대의 에어컨 제조업체인 거리(Greeㆍ格力)사를 방문한 자리에서 시 주석은 중국의 제조업과 기술 자력갱생을 강조했다.

시 주석은 "대국(大國)에서 강국(强國)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실물 경제에 지대한 중요성을 부여해야 한다"며 "제조업은 실물 경제의 핵심으로서, 제조업의 혁신 역량은 혁신과 원천기술의 확보에서 나온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의존해 혁신을 추구해야 하며, 나는 모든 기업가가 이러한 방향을 추구하길 원한다"며 "중국은 자주적인 기술과 혁신 역량을 발전시키는 데 있어 기개와 결의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이날 오전에는 중국의 '토목 굴기'(堀起)를 상징하는 강주아오(港珠澳) 대교 개통식에 참석했다.

총연장 55㎞인 강주아오 대교는 홍콩과 주하이, 마카오를 잇는 세계 최장의 다리다.

중국 건설업계는 이에 대해 '세계 7대 기적의 하나'라며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SCMP는 소식통을 인용해 시 주석이 강주아오 대교 개통식에 이어 중국 개혁개방 40년의 상징인 선전(深천<土+川>)시의 첸하이(前海) 특구를 방문할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의 개혁개방은 1978년 12월 18일 당시 최고 지도자였던 덩샤오핑(鄧小平)이 중국 공산당 제11기 중앙위원회 제3차 회의(11기 3중전회)에서 개혁개방 노선을 공식화하면서 시작됐다.

선전은 1980년 8월 덩샤오핑에 의해 중국에서 제일 먼저 경제특구로 지정됐다.

이후 급속한 발전으로 중국 첨단 제조업과 IT 산업의 중심지로 부상해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린다.

주하이 시 헝친과 선전 시 첸하이는 시 주석이 2012년 말에도 방문했던 곳이다.
시진핑 '신 남순강화'서 개방보다 "기술 자력갱생" 강조
시 주석의 이 같은 행보는 덩샤오핑의 유지를 이어 '신 남순강화'의 효과를 노린 것으로 분석된다.

덩샤오핑은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 후 중국 지도부의 보수적 분위기를 타파하고자 1992년 1월 말부터 2월 초까지 상하이, 선전, 주하이 등을 순시하면서 개혁개방을 더욱 확대할 것을 주문했다.

시 주석도 집권 직후인 2012년 말 3주간에 걸쳐 선전, 주하이, 광저우 등을 방문했는데, 당시에도 개혁개방을 더욱 심화해 중국 경제를 발전시키겠다는 방침을 천명했다.

하지만 이번 방문에서 시 주석이 내놓은 메시지는 2012년 말 방문 때와는 사뭇 다른 것이었다.

당시 개혁개방을 강조했던 것과는 달리, 이번 방문에서는 거리 사를 방문한 자리에서 밝힌 것과 같이 '중국의 기술 자력갱생'에 철저히 역점을 둔 발언을 했다.

이는 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경기가 둔화하고 중국의 첨단기술 확보에 제동이 걸릴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중국 경제에 자신감을 불어넣으려는 행보로 읽힌다.

시 주석의 행선지도 철저하게 이러한 메시지를 고려해 선택된 것으로 보인다.

전날 시 주석이 방문한 거리 사는 세계 최대의 에어컨 제조업체로 부상한 토종 기업으로, 중국 제조업의 자부심을 대표하는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날 시 주석이 개통식에 참석한 강주아오 대교도 중국의 기술력으로 세계 최장의 해상대교를 건설했다는 점에서 중국의 '기술 굴기'를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한정(韓正) 부총리, 리시(李希) 광둥성 서기, 캐리 람(林鄭月娥) 홍콩 행정장관 등 개통식에 참석한 중국 지도부는 '중국의 실리콘밸리'를 건설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중국 정부는 선전 등 광둥 성 9개 도시와 홍콩, 마카오를 묶어 미국의 실리콘 밸리와 같은 세계적인 혁신 경제권으로 개발하려는 대만구(大灣區·Great Bay Area)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허리펑(何立峰)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장관급)은 "대만구는 시 주석이 직접 계획하고 실행하는 중대한 국가 전략으로서, 광둥, 홍콩, 마카오에 중요한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터제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