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시대 옛 소련 봉쇄처럼
이달말 국제 유통규칙 논의
일본 정부가 미국, 유럽연합(EU)과 손잡고 빅데이터의 국경 간 유통과 관련한 국제규칙을 제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나섰다. 냉전시대 미국이 옛 소련을 봉쇄했던 것처럼 서방 주요국이 손잡고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분야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9일 “이달 말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미·일·EU 무역장관회의에서 세코 히로시게 일본 경제산업상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이 각국을 오가는 데이터 유통의 국제규칙 제정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미·일·EU는 개인과 기업의 정보를 보호하면서 AI 등을 안전하게 이용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국경을 넘어 개인정보 데이터를 옮길 때는 반드시 본인 동의를 받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일본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유럽 사법당국이 구체적인 규칙을 마련해 각국이 관련 법 정비를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일본은 개인정보보호법을 미국과 유럽 기준에 맞춰 개정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일본 측은 자국이 의장국을 맡는 내년 6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까지 3국 간 합의를 이끌어낸다는 계획이다.

일본이 미국, EU와 손잡고 빅데이터 국제유통 규칙을 마련하려는 것은 이 분야에서 국가 주도로 AI산업 등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중국의 성장세에 제동을 걸기 위해서다. 중국은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등 정보기술(IT) 거대 기업을 앞세워 이미 7억 명분의 방대한 개인정보를 수집해 관리하는 관리사회형 데이터 유통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일본과 미국, 유럽이 인권을 고려해 익명화한 데이터를 이용하는 점을 고려하면 AI 기술에서 중국이 질과 양 모두 서구 선진국을 제칠 좋은 토양을 갖고 있다. 중국은 개발기술을 가지고 동남아시아와 중동, 아프리카 등지로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일본은 미국 EU와 함께 개인 정보보호와 사이버 보안대책이 미흡한 국가와 지역, 기업으로 데이터 이전을 금지하는 내용의 규칙 제정을 도모하고 있다. EU도 올해부터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일반정보보호규정(GDPR)을 제정해 역외로의 개인정보 이전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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