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美, 세부협상 안 응해" vs 美 "트럼프 인내심 무한하지 않아"
협의 진전 없으면 유럽산 자동차 '관세 부과' 카드 부활 가능성도
美-EU 무역수장 책임 전가 공방…'트럼프-융커 합의' 위기
'대서양 무역전쟁'의 파고 속에서 지난 7월 트럼프 행정부와 유럽연합(EU)간 전격적으로 이뤄진 '조건부 휴전'이 3개월여 만에 삐걱거리는 양상이다.

세부 합의안 마련이 늦어지는 것을 두고 양측이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면서, 일시 봉합한 양 측간 무역전쟁의 틈바구니가 다시 벌어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 때문이다.

17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세실리아 말름스트룀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윌리엄 로스 미 상무장관과 회담 뒤 "EU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장클로드 융커 집행위원장 사이의 7월 합의를 자세히 살펴볼 작업을 시작하자고 수 차례 요청하고 언급해왔지만, 미국은 아직 이에 응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말름스트룀 집행위원은 이어 "아직 미국은 그에 대한 어떤 관심도 보이지 않아 왔다.

이제 공은 그쪽에 있다"면서 "우리는 아직 협상을 시작하지도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로스 상무장관은 이를 반박했다.

로즈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인내심은 무한한 게 아니다"라며 "말름스트룀 집행위원은 마치 우리가 참석한 회의가 아닌 다른 곳에 있었던 것 같다"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미국이 논의 속도를 늦춰왔다는 주장은 그야말로 부정확한 주장"이라고 받아쳤다.

EU 주재 고든 손들랜드 미 대사는 한 술 더 떴다.

손들랜드 대사는 "EU는 7월 융커 집행위원장의 백악관 방문 당시 우리가 논의했던 이슈들 중 어떤 것에 대해서도 의미있는 참여를 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말름스트룀 집행위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기만을 기다리려는 시도도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이는 쓸데없는 일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과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지난 7월 워싱턴 회담에서 자동차를 제외한 상품 분야에서 '무(無)관세'와 '보조금 철폐'를 달성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협상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세부 합의가 없었던데다, 특히 가장 큰 화약고라 할 유럽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 부과 문제는 사실상 다루지 않았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이 합의에 대해 회의적 입장을 취해 왔다.

가열되는 양 측의 책임 공방 속에서 신문은 미국 관리들을 인용, 양측간 논의에 더 진전이 없을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보복 관세로 유럽 자동차 산업에 타격을 가하려는 계획을 부활시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EU 및 일본과 새로운 무역협정 협상에 나서기로는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 안보라는 기조 위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자동차에 대한 관세 보복 위협을 배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손들랜드 대사도 "트럼프 대통령이 오늘과 같은 발언들을 더 많이 보게 된다면, 그의 인내도 끝나게 될 것"이라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