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철강 관세 정책에 힘입어 '제2의 부흥기'를 맞은 미국 최대 철강 기업 US스틸이 큰 폭의 임금 인상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17일(현지시간) 미국 언론에 따르면 US스틸 노사는 지난 15일, 향후 4년에 걸쳐 임금을 총 14% 인상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2012~2015년 연평균 1.5% 인상, 2016년 이후 동결'에 이어진 극적 변화다.

합의안은 미 전역 1만6천여 조합원의 비준을 거쳐야 한다.

US스틸 조합원들을 대리한 미국철강노조(USW)와 사측은 지난달 1일자로 기존 단체협약이 만료되기에 앞서 지난 7월부터 새로운 계약 조건을 놓고 협상을 벌여왔다.

로이터통신은 익명의 제보자를 인용, "새로운 계약 조건에 일시불 보너스·회사 수익 배분·건강보험 혜택 유지 등의 내용이 포함돼있다"며 US스틸 노사가 건강보험 비용 부담 문제를 놓고 오랜시간 밀고당기기를 했다고 전했다.

인디애나 주 게리 공장의 노조 지도부 스캇 크래노는 "건강보험 비용 부담이 늘 경우 임금 인상 효과가 반감된다"며 "근로자들이 US스틸에 고용되길 원하는 이유는 임금이 상대적으로 낮아도 건강보험 혜택이 좋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합의를 트럼프 행정부의 수입산 철강 규제 조치, 보호무역주의가 끌어낸 초기 결실 중 하나로 평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고율의 관세(철강 25%·알루미늄 10%)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 전통적으로 자유무역을 추구하는 공화당 및 중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로부터 반발과 원망을 샀다.

하지만 미국내 관련 업계와 주민들은 반색했다.

피츠버그에 본사를 둔 US 스틸은 2015년 가동 중단한 일리노이 주 그래닛시티 제철소 고로에 지난 6월 다시 불을 지피고 직원들을 재고용했다.

또 주력 제철소인 인디애나 주 게리 공장 등의 설비 현대화에 2020년까지 총 20억 달러(약 2조3천억 원)를 투입하기로 했다.

미국산 철강재 가격은 연초 대비 40% 이상 올랐으며, 업계 매출과 순이익도 급성장을 기록 중이다.

US스틸은 올해 조정후 세전이익이 작년 대비 60% 이상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901년 '카네기 스틸 컴퍼니'·'페더럴 스틸 컴퍼니'·'내셔널 스틸 컴퍼니'의 합병으로 탄생한 US스틸은 한때 세계 최대 철강 생산업체이자 최대 기업으로 시대를 구가했다.

전성기였던 1943년 직원수는 34만여 명, 1953년 조강생산량은 3천500만 톤에 달했다.

그러나 정부 개입과 규제·압력 등에 의해 제조 설비가 해외로 빠져나가고, 값싼 수입산 철강재 유입으로 국내산 철강 가격이 폭락하면서 고로에 불이 꺼지기 시작했다.

2000년대 들어 고용 규모는 5만2천500명으로 줄었고, 현재 직원 수는 2만9천800여 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캠페인 당시 "국가 기간산업인 철강 산업을 회생시키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철강관세로 '부흥기' 맞은 US스틸…임금 4년간 14% 인상 합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