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드론경비…도쿄 전체가 '혁신 실험장'
요즘 일본 도쿄의 스카이라인은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히비야에 대형 복합 상업시설인 미드타운히비야가 개관했고 시부야엔 복합 상업·업무 빌딩인 시부야스트림이 문을 열었다. 신주쿠, 오테마치 등 도심 주요 지역마다 새로운 고층 빌딩 건설 공사가 한창이다. 2012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집권 이후 용적률 등 부동산 규제가 폐지 또는 대폭 완화된 데다 2020년 도쿄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재개발 수요가 급증해서다.

달라진 것은 수도 도쿄의 외관만이 아니다. 도쿄가 거대한 규제 타파의 실험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무엇보다 규제 철폐를 장기간에 걸쳐 꾸준하게 추진하는 점이 눈에 띈다. 2000년대 초반 밀려든 정보기술(IT) 흐름에 뒤처졌던 뼈아픈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다.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수도 도쿄에서부터 구시대적인 규제를 없애야 한다는 공감대도 형성돼 있다.

일본은 첨단기술 규제가 대폭 완화된 국가전략특구를 도쿄 등 수도권이 포함된 10개 지역에서 운영하고 있다. 올해 6월에는 IT 신사업 분야의 규제를 일시 면제 또는 유예하는 규제샌드박스 제도도 전격 도입했다. 일일이 법과 규제를 바꿔나가는 식으로는 급속하게 변화하는 IT 트렌드에 대응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한국에선 여야 대립으로 입법이 안되고 있는 사안이다.

공중배달 무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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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8월에는 도쿄시가 현금이 필요 없는 ‘캐시리스 사회’를 앞당기기 위해 국가전략특구 입주 기업이 디지털 화폐로 급여를 지급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고, 일본 정부는 긍정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올해 초 도쿄 오다이바에선 자율주행 택시가 손님을 태우고 이동하는 첫 실증 실험이 이뤄졌다. 운전석에 사람이 타지 않는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차 주행을 일반도로에서 시험했다. 미리 예약한 일가족을 태운 자율주행 택시는 일반도로에서의 차로 변경과 주변 차량의 움직임을 고려한 속도조절 등을 무사히 수행했다. 이후 자율주행 택시 실험은 차곡차곡 난도를 높여가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소프트뱅크와 미쓰비시지쇼가 도쿄역 앞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자율주행 버스 시험도 했다.

대화형 로봇
대화형 로봇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앞서 나가자 일본 기업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도요타자동차는 올해 초 배달, 택시, 이동식 상점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자율주행 전기차 플랫폼인 e-팔레트를 공개했다. 지난 4일에는 도요타와 소프트뱅크가 공동 출자회사를 설립해 자율주행차를 이용한 차세대 교통서비스 시장에 도전한다고 발표했다. 혼다도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자율주행차 자회사에 27억5000만달러(약 3조976억원)를 투자키로 하는 등 자율주행차 기술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도쿄시는 도로뿐만 아니라 하늘도 혁신을 위한 실험장으로 내줬다. 올해 8월 미국 차량공유 업체인 우버가 5년 안에 도쿄에서 ‘하늘을 나는 택시’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발표한 것이다. 이는 도쿄시의 변신 덕분이다. 도쿄시와 우버는 차량으로 1시간 넘게 걸리는 도쿄 신주쿠에서 요코하마시까지의 거리를 10분 만에 갈 수 있게 한다는 구상을 내놓고 있다.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등장하던 드론 경비원도 일본에선 현실이 됐다. 빌딩관리 회사 다이세이가 NTT동일본, 블루이노베이션과 공동으로 드론 경비원 서비스를 이달부터 시작했다.

일본 정부는 2020년까지 도쿄 등 도심에서 드론 등을 활용한 화물 운송이 가능하도록 법 개정을 서두르고 있다. 앞으로 외딴 섬이나 산간 지역에서부터 사람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곳에서도 드론을 운용할 수 있도록 항공법 기준을 바꿀 계획이다. 일본 최대 운송업체인 야마토홀딩스는 시속 160㎞ 속도로 최대 450㎏의 짐을 운반할 수 있는 무인수송기 개발에 착수했다.

인공지능(AI)과 로봇 기술을 접목한 제품 상용화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소니의 애완용 로봇인 아이보와 NTT도코모 등이 개발한 가정용 대화로봇 판매도 꾸준히 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