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형 통신사인 KDDI가 어린이 직업체험 놀이공간인 ‘키자니아’의 운영회사를 인수했습니다. 앞서 KDDI는 영어회화학원을 인수하기도 했습니다. 일본 통신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나선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본업인 통신업과 거리가 먼 분야로 잇따라 사업 다각화를 하는 모습에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은 모습입니다.

마이니치신문,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주요 언론에 따르면 KDDI는 지난 10일 어린이가 각종 직업을 체험해보면서 노는 놀이공간인 ‘키자니아’의 운영회사 KCJ그룹을 인수한다고 발표했습니다. KCJ그룹의 과반 지분을 확보(인수금액은 비공개)한 것입니다. 현재 도쿄와 효고현에서 운영 중인 ‘키자니아’를 2020년에는 나고야까지 확장한다는 계획입니다.

통신회사의 장점을 살려 5세대(5G)이동통신 기술과 사물인터넷(IoT)을 효과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선보이겠다는 각오입니다. 대용량 데이터를 빠른 속도로 보낼 수 있는 5G기술을 이용해 가상현실(VR) 등으로 직업체험을 해보겠다는 계획입니다.

KDDI는 올 1월에는 영어회화 학원 체인인 이온홀딩스를 861억 엔(약 8753억 원)인수하기도 했습니다. 일본 유명 음식점 정보 공유 사이트인 다베로그를 운영하는 카카콤에 793억 엔(약 8061억 원)을 출자하기도 했습니다. 2016년부터 내년까지 5000억 엔(약 5조853억 원)을 다른 사업 분야에 투자하겠다는 입장도 밝혔습니다.
통신업으로 벌어들인 이익으로 자사가 확보하지 못한 노하우를 배우고, 통신망을 기반으로 금융, 인터넷 쇼핑몰, 문화사업 등 일종의 ‘KDDI 경제권’을 구축한다는 구상입니다. 소프트뱅크가 대규모 벤처투자에 나서고 있고, 미국 AT&T가 타임워너를 인수하는 등 다른 통신사들이 잇따라 사업 다각화를 추진 중인 점도 자극이 됐습니다.

하지만 일본 내에서 KDDI의 투자 행보를 바라보는 눈이 낙관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본업인 통신업과 너무나 이질적인 사업 분야가 많고, 투자 대비 높은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적지 않습니다.

‘졸면 죽는다’는 사업의 세계에서 모든 기업들은 치열하게 변신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변신하고, 새로운 사업에 진출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KDDI의 변신 노력은 과연 어떤 결과로 이어질까요. 통신업체의 색다른 사업다각화가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