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허라미 기자 ram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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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는 중국에서도 많은 사람이 일상적으로 마시는 기호품이다. 세계 최대 커피 체인 스타벅스 매출에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곳이 중국이다.

차량호출 서비스 기업 선저우유처(神州優車)의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일하던 첸즈야(錢治亞)도 하루 3~5잔씩 커피를 마시는 커피 애호가였다. 어느 날 그는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는 이유는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 그러면서 어떻게 하면 중국인들이 더 저렴한 가격에 편리하게 커피를 즐길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고민은 커피전문점 창업으로 이어졌다. 첸즈야가 지난해 11월 창업한 루이싱(瑞幸) 커피는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매장을 1000여 개로 늘렸다. 고속 성장의 배경엔 가격과 마케팅, 품질 등에서 시장의 고정관념을 뛰어넘은 확실한 차별화 전략이 있다.

◆‘커피는 비싸다’는 고정관념을 깨다

중국에서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그란데’ 한 잔 가격은 27위안(약 4400원)이다. 한국에선 4600원이다. 양국의 소득 수준을 비교하면 중국 가격이 싸다고 할 수 없다. 중국에서는 커피가 경제적으로 안정된 중산층 이상이 즐기는 기호품이다.

첸즈야는 커피가 더 이상 중산층의 상징이 돼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첸즈야는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과 유럽에서 커피 한 잔 가격은 평균적인 직장인 월급의 1000분의 1인 데 비해 중국에선 커피 한 잔 가격이 웬만한 직장인 월급의 100분의 1”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루이싱커피의 가격을 스타벅스보다 20% 이상 낮게 책정했다. 루이싱커피의 아메리카노는 한 잔에 21위안(약 3400원)이다. 카페라테와 카푸치노는 각각 24위안으로 역시 스타벅스보다 7위안 저렴하다.

프로모션도 공격적으로 펼치고 있다. 스마트폰에 루이싱커피 앱(응용프로그램)을 설치하고 회원가입을 하면 무료 커피 쿠폰 한 장을 준다. 다른 사람에게 추천해 앱을 설치하고 회원으로 가입하게 하면 추천한 사람에게도 무료 쿠폰을 지급한다. 두 잔을 사면 한 잔은 무료로 주고, 다섯 잔을 주문하면 다섯 잔을 무료로 준다.

가격이 저렴하다고 해서 브랜드 이미지까지 낮게 인식되기를 원하는 기업은 없을 것이다. 루이싱커피도 마찬가지다. 첸즈야는 가격은 싸지만 커피맛은 어느 커피 체인에도 뒤지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창업과 동시에 월드바리스타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바리스타 세 명을 채용해 중국인 입맛에 맞는 새로운 커피를 개발했다. 또 스타벅스가 쓰는 원두보다 20~30% 비싼 최고급 원두를 사용하기로 했다. 중국을 대표하는 배우인 탕웨이를 광고모델로 기용한 것도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서였다.

◆앱으로 주문·결제, 계산대 없는 카페

첸즈야는 커피를 주문하고 결제하는 방식도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계산대 앞에 줄을 서고 주문한 커피를 기다리며 서성이는 일이 그에겐 불필요해 보였다.

첸즈야는 커피 주문과 결제를 모두 앱으로 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루이싱커피 매장엔 주문을 받는 계산대가 없다. 모든 주문은 앱으로 한다. 결제도 알리페이나 위챗페이 등 모바일 결제로 끝낸다. 주문한 커피가 준비됐다는 알림을 받으면 매장에서 QR코드를 인식시킨 뒤 가져가면 된다. 커피를 어느 매장에서 받을지도 선택할 수 있다.

첸즈야는 차량호출 서비스 기업에서 10년간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루이싱커피만의 온라인·오프라인 결합 서비스를 개발했다. 전 직장인 선저우유처에서 첸즈야와 함께 일했던 직원 일부가 루이싱커피를 창업할 때 합류했다.

루이싱커피는 다른 커피 체인이 하지 않는 배달 서비스도 도입했다. 이 역시 매장을 고급스럽게 꾸며 고객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한다는 기존 커피 체인의 전략과는 다른 발상이다. 배달 주문 고객에겐 추가로 6위안을 받지만, 결제금액이 35위안 이상이거나 배달에 30분 이상 걸리면 배달료를 받지 않는다.

메뉴는 단순화했다. 여느 커피 전문점은 서너 가지 사이즈로 커피를 판매하지만 루이싱커피는 일반적인 용량인 스타벅스 톨 사이즈 정도 되는 한 가지만 판매한다. 커피 사이즈를 놓고 고민할 필요 없이 간편하고 빠르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대신 매장을 다양한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루이싱커피는 엘리트, 릴랙스, 픽업, 키친 등 네 가지 형태의 매장을 운영한다. 엘리트와 릴랙스는 일반적인 커피숍과 비슷하게 테이블과 좌석을 많이 두고 있다. 픽업 매장은 테이크아웃과 배달 주문만 받아서 처리한다. 손님이 커피를 받아가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공간만 있다. 키친 매장은 커피 외에 케이크 등 먹을거리도 판매한다.

◆스타벅스에 도전하는 ‘中 토종 커피’

첸즈야는 선저우유처에서 일할 때 동료들로부터 “외모는 부처님 같지만 일은 천둥처럼 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창업 1년도 안 돼 매장을 1000개로 늘린 공격적인 출점 전략이 천둥 같은 면모를 보여준다.

첸즈야의 목표는 스타벅스를 뛰어넘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스타벅스는 지난해 중국 커피시장의 58.6%를 차지했다. 첸즈야는 “매달 신규 매장을 200~300개씩 열어 올해 말까지 매장 수를 2000개로 늘리겠다”고 말했다. 내년 말까지 매장 수에서 스타벅스를 넘어선다는 계획이다. 루이싱커피는 최근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싱가포르투자청(GIC)을 포함한 기관투자가들로부터 2억달러를 투자받았다. 공격적인 출점에 필요한 실탄을 두둑이 확보했다.

루이싱커피가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며 스타벅스를 고소한 것도 업계에선 일종의 마케팅 전략으로 보고 있다. 스타벅스가 실제로 법률을 위반했는지와 상관없이 루이싱커피가 여론의 주목을 받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다. 미국 기업 스타벅스에 맞서는 중국 토종 커피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는 효과도 얻었다는 평가다. 첸즈야는 지난 7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아직 흑자 전환 시점에 대한 목표는 없다”며 “꾸준히 찾아줄 고객을 늘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당분간 적자를 지속하더라도 고객 기반을 넓히고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데 주력하겠다는 얘기다.

중국 정보기술(IT) 전문매체 테크노드는 6월 “루이싱커피가 중국 최초의 커피 유니콘(기업가치가 10억달러 이상인 신생 벤처기업)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일부에선 루이싱커피의 가치가 이미 10억달러를 넘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첸즈야의 이름을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아시아를 지배할 만큼 큰돈을 번다’는 뜻이다. 그의 꿈은 중국에만 머물러 있지는 않을 것이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