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방문서 밝혀…"총영사관에 카메라도 없느냐" 추궁
"터키 외교부, 사우디 대사 또 불러 수색협조 요청"
터키 에르도안 "사우디 '언론인 실종과 무관' 입증해야" 압박
피살설이 도는 사우디아라비아 반정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실종 사건과 관련, 사우디가 그의 귀가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고 터키 대통령이 압박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를 방문 중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사우디 총영사관은 '그가 떠났다'는 말만 되풀이해서는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AFP통신 등 외신이 전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사우디 총영사관은 (보안) 카메라도 없느냐"며 "그가 제 발로 총영사관을 나갔다면 총영사관은 영상으로 그것을 입증해야 한다"고 추궁했다.

그는 "우리는 가능한 한 빨리 수사에 결론을 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터키 정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기록이나 증거를 아무것도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앞서 이달 2일 카슈끄지(60)는 이혼 확인서류를 수령하려고 사우디 총영사관에 들어간 후 연락이 두절됐다.

터키 경찰은 카슈끄지가 총영사관 안에서 살해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내용이 외신을 통해 6일 전해졌다.

그러나 사우디 총영사관은 카슈끄지가 볼 일을 보고 총영사관을 떠났다고 반박했다.

이날 에르도안 대통령의 발언은, 사우디 측이 카슈끄지가 귀가했다는 주장을 펼치려면 영상 등 관련 증거를 대라는 요구다.

터키 정부도 주(駐)터키 사우디 대사를 다시 불러 수사에 '전적'인 협조를 요청했다고 터키 NTV가 익명의 외교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세다트 외날 외교부 차관이 사우디 대사를 만나 사우디 총영사관에 대한 수색을 승인해 달라는 뜻을 전달했다.

터키 정부는 이번 사건 후 사우디 대사를 나흘만에 두 번째로 초치한 것이다.

카슈끄지는 예멘 내전 개입과 카타르 단교 등 사우디의 대외 정책뿐만 아니라 실세 왕세자 무함마드 빈살만에 대해서도 "푸틴처럼 행동하고 있다"며 날 선 비판을 했다.

그는 지난해 신변의 위협을 느껴 미국으로 건너가 머물렀다.

그동안 여러 중동정책에서 사우디와 엇갈린 행보를 보인 에르도안 대통령은 카슈끄지 실종 사건 후 사우디에 목소리를 높이는 모양새다.

터키는 사우디와 마찬가지로 수니파가 다수인 국가이지만, 수니파 맹주 사우디가 추진한 핵심 대외 정책의 반대쪽에 섰다.

지난해 사우디가 주도한 카타르 단교에 동참하기는커녕 카타르를 지원하며 편을 들었고, 사우디의 숙적 이란과도 경제 분야에서 긴밀히 협력하는 관계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사우디가 테러조직으로 분류한 무슬림형제단을 지지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