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EU와 연합해 중국 봉쇄전략 펼칠 듯
미 상무장관 "무역협정에 '독소조항' 추가해 중국에 압력"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는 미국이 일본, 유럽연합(EU)과 무역협정에 중국을 봉쇄하기 위한 '독소조항'을 추진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7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은 지난 5일(현지시각) "미국은 향후 무역협정에 중국에 압력을 넣기 위한 독소조항(poison pill)을 추가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로스 장관은 "최근 미국이 캐나다, 멕시코와 체결한 조약에 들어간 이 독소조항은 향후 다른 교역국과의 협정에서 반복될 수 있다"며 "이는 중국에 압력을 넣어 시장을 개방하게 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최근 합의된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에는 협정 참여국 중 어느 국가라도 '비시장 경제'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면 다른 국가들이 이 협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조항이 들어 있다.

여기서 말하는 비시장 경제는 바로 중국을 뜻한다.

중국 정부의 끈질긴 요청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유럽연합은 중국을 시장 경제로 분류하길 거부하고 '비시장 경제'로 분류하고 있다.

이 조항이 중국에 초래할 가장 큰 타격은 중국의 대미 우회수출이 불가능해진다는 점이다.

중국이 캐나다나 멕시코와 FTA를 타결할 경우 이들 국가에 무관세나 낮은 관세로 제품을 수출한 후 다시 미국으로 수출하는 '우회수출'이 가능해지지만, 이번 USMCA 조항으로 이는 아예 불가능해졌다.

로스 장관은 "멕시코, 캐나다와 체결한 협정에 이 독소조항이 들어간 것은 확실하게 도움이 될 것"이라며 "우리는 향후 무역협정에서 이 조항이 반복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며, 이 조항은 협상의 전제조건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조항은 중국의 무역, 지식재산권, 정부보조금 등을 합법화하는 무역협상의 '구멍'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미국이 캐나다, 멕시코는 물론 EU, 일본 등과 비슷한 내용의 합의에 도달하면 중국은 이들 국가와 FTA를 체결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봉쇄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일본, EU와 자동차 및 차 부품 분야의 무역적자를 해소하고 관세·비관세 장벽을 낮추기 위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이들 국가의 대미 자동차 수출이 국가 안보에 위협을 가할 수 있다며 수입차량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일본과 EU로서는 미국의 독소조항 요구를 거부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로스 장관은 "중국은 11월 6일 미국 중간선거 때까지 무역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은 미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의 승리를 바라지만, 미국의 농부와 목장주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을 확고하게 지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16년 미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했던 중서부 농업지대 유권자들을 일컫는 얘기로, 중국은 무역전쟁으로 타격을 입은 농업지대 유권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에 등을 돌리길 바라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