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를 상장 폐지하겠다는 트윗을 올렸다가 투자자를 기만한 혐의(증권 사기)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고소당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사진)가 겸직 중인 이사회 의장직을 내놓기로 했다. CEO 자리는 유지한다.

SEC는 29일(현지시간) 머스크와 테슬라가 각각 2000만달러(약 222억원) 총 4000만달러의 벌금을 내고 머스크가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SEC가 지난 27일 뉴욕 남부연방지법에 “머스크가 거짓되고 (투자자를) 오도하는 언급을 하면서 기업의 자산관계를 관할하는 규제 기관에 적절한 고지를 하지 않았다”며 고소장을 낸 지 이틀 만에 합의가 이뤄진 것이다. 고소장이 제출된 다음날인 28일 테슬라 주가는 13.9% 폭락했다.

머스크는 45일 안에 이사회 의장직에서 사임해야 하며, 앞으로 3년간은 의장으로 다시 선출될 수 없다. 또 테슬라는 두 명의 독립 이사를 선임해야 한다. SEC는 테슬라 이사회에 머스크와 투자자 간 소통을 감독하도록 하는 의무도 부과했다.

머스크가 8월7일 트위터에 “테슬라를 비공개 기업으로 전환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며 “자금은 확보돼 있다”고 쓴 것이 이번 사태의 발단이다. 이후 테슬라 주가는 크게 요동쳤다. 주주들의 반대 속에 비상장 전환에 필요한 자금 확보도 여의치 않자 머스크는 3주 만에 계획을 백지화했다. 이 과정에서 머스크가 공시 의무 등 투자자 보호 규정을 위반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사회에서 축출된 머스크는 경영자로서 위상에 손상을 입게 됐다. 그는 최근 팟캐스트에 출연해 마리화나를 피우고, 위스키를 마셔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다만 테슬라 CEO로 머스크를 대신할 만한 사람이 마땅치 않다고 시장에선 평가하고 있다. 바클레이즈는 머스크가 CEO 자리에서도 물러나면 현재 260달러대인 테슬라 주가가 130달러 선으로 추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선 SEC의 결정이 지나치다는 비판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머스크의 발언이 투자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지만 주가 조작 의도가 있었는지는 확실치 않다”고 보도했다. 머스크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가 비상장 전환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할 것으로 믿고 트윗을 한 것이지 투자자를 속일 의도는 없었다는 것이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