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유엔총회 연설에서 “전쟁의 망령을 대담하고 새로운 평화 추구로 대체하기 위해 북한과 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 “그의 용기와 (그가) 취한 조치에 감사한다”고 했다. 작년 이맘때 같은 자리에서 김정은을 ‘로켓맨’이라고 조롱하며 “미국과 동맹을 지키기 위해서 필요하다면 북한을 완전히 파괴할 수밖에 없다”고 위협한 것과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다만 “아직 할 일이 남아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제재는 비핵화가 일어날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미국이 목표로 삼고 있는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를 전제로 6·25전쟁 이후 70년 가까이 이어진 대북 적대관계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전쟁의 망령을 대담하고 새로운 평화 추구로 대체하겠다’고 말한 것을 두고 종전선언과 함께 평화체제 구축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동시에 ‘비핵화 이전 제재 유지’를 강조해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조치가 미흡하다”는 미국 정치권 등의 비판을 상쇄하려는 모습도 나타냈다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은 2차 미·북 정상회담도 기정사실화했다. 그는 “머지않아 김 위원장과 두 번째 정상회담을 할 것”이라며 “(2차 미·북 회담은) 1차 회담과 비슷한 형식으로 열릴 것이며 아마 (싱가포르가 아니라) 다른 장소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이용호 북한 외무상은 이번주 뉴욕에서 미·북 정상회담 개최 실무 논의를 할 예정이다. 이용호는 유엔총회 참석차 25일 오후 뉴욕에 도착했다. 미·북은 북한 특정 핵시설과 무기에 대한 논의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23일 폭스뉴스에 나와 북한의 특정 핵시설과 무기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2차 미·북 회담은 당초 10월께 열릴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했으나 미국의 중간선거일인 11월6일 이후에 개최될 것이란 관측이 확대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를 코앞에 두고 미·북 회담을 추진하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데다 북핵 리스트 제출, 사찰·검증 수용 등 추가 조치가 없을 경우 미국 내 반발 여론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 때문이다. 장소는 미·북이 비핵화 실무 협상을 벌일 장소인 오스트리아 빈 같은 유럽의 제3국이나 판문점 등이 거론된다. 김정은의 연내 서울 답방 가능성이 있는 만큼 11월 말이나 12월에 판문점 또는 서울에서 남·북·미 3자 회담이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김채연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