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극우정당, 뢰벤 총리 일단 끌어내려…공조 지속 여부 불확실
연립정부구성 협상은 더 복잡해져…극우정당, 정국 쥐락펴락할 듯


스테판 뢰벤 스웨덴 총리가 25일(현지시간) 의회로부터 불신임을 받았다.

뢰벤 총리는 이날 스웨덴 의회에서 전체 의원 349명 중 346명이 참가한 가운데 신임투표를 실시한 결과 찬성 142표, 반대 204표로 과반을 얻지 못해 총리직에서 물러나게 됐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이날 뢰벤 총리 신임투표안이 부결된 것은 중도우파 성향의 야권 4개 정당 연맹과 극우정당인 스웨덴민주당이 공조한 결과로 분석된다.

앞서 지난 9일 실시된 총선에서 뢰벤 총리가 이끄는 사회민주당을 비롯한 중도좌파 성향의 연립여당은 전체 349석 가운데 144석을 얻는 데 그쳐 과반(175석) 확보에 실패했다.

보수당을 비롯한 야권연맹은 143석을, 스웨덴민주당은 62석을 각각 얻었다.

총선 직후 뢰벤 총리는 재집권을 위해 연립정부 구성협상을 주도해왔으나 협상을 타결하지 못했다.

연립여당은 총선 전에 극우정당인 스웨덴민주당과는 연정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으며, 총선 이후 야권연맹에 속한 어느 정당으로부터도 연정구성을 위한 협조를 얻는 데 실패했다.

결국, 총선이 끝난 지 3주째 접어들면서 뢰벤 총리는 의회의 신임투표에 직면하게 됐고, 재신임을 얻지 못했다.

연립여당보다 1석이 적은 야권연맹도 4개 정당 간 결속을 유지하며 정권탈환을 위한 정치적 묘수 찾기에 골몰하면서도 스웨덴민주당과는 연정하지 않는다는 공약을 견지하고 있어 의회 내 과반의석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의회에서 야권과 극우정당이 손을 잡고 현직 총리 신임투표를 부결시키는 데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스웨덴의 정부 구성 협상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연립여당이든, 야권연맹이든 총선 공약을 깨고 스웨덴민주당과 손을 잡을 경우 곧바로 연정을 구성할 수 있다.

이는 스웨덴민주당이 단순히 연립정부 구성뿐만 아니라 향후 정국 운영을 좌우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나 두 진영은 여전히 총선 공약을 계속 지켜나가겠다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어 보인다.

지금까지 스웨덴민주당은 연립여당보다는 야권연맹과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데 관심을 보이지만 야권연맹은 극우정당과의 연정에는 정치적 부담을 느껴 연정보다는 조건없는 협력만을 기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스웨덴의 연립정부 구성협상은 더욱 복잡해질 것으로 예상되며, 최악의 경우 총선을 다시 치르게 될 가능성도 있다.

스웨덴 정당들은 전날 선출된 의회 의장을 중심으로 연립정부 구성협상을 재개할 예정이다.

한편, 뢰벤 총리는 의회의 불신임에도 불구하고 즉각 물러나지 않고 차기 총리가 확정될 때까지 계속 총리직을 유지하게 된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또 그는 의회 재신임 확보 실패에도 불구하고 현 연립여당이 재집권에 성공할 경우 차기 총리로 '화려하게' 컴백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이를 기대한 듯 뢰벤 총리는 이날 의회에서 신임투표가 부결된 뒤 한 기자회견에서 "총리로 계속 봉사하기 위한 좋은 기회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