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24일부터 상대방 제품에 추가 관세 부과를 시행하면서 통상전쟁이 한층 격화하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2000억달러 규모 중국산 제품에 10%의 관세를, 이에 맞서 중국 정부는 600억달러어치 미국산 제품에 추가 관세를 각각 매기기 시작했는데요.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다음 공격 목표가 중국의 금융시스템이 될 것이란 주장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2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베이징에 있는 중국 인민대학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미국이 앞으로 수 차례에 걸쳐 추가적인 통상 전면전을 벌일 가능성을 예상하면서 금융시장에 보다 직접적인 타격을 주는 행보를 취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습니다. 중국 위안화와 금융 자산 등 총체적인 금융시스템이 트럼프 행정부의 다음 타깃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왕샤오숭 인민대 연구원은 SCMP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정부는 무역전쟁이 더 이상 무역이라는 영역에 국한되지 않을 가능성과 금융시스템으로 불씨가 옮겨 붙을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우선 미국 정부가 뉴욕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 주식에 대해 하락 베팅한 뒤 중국 현지 금융시장과 경제 펀더멘털(기초여건)까지 뒤흔들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나옵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정보기술(IT) 업종의 주가가 하락 압박을 받는 한편 이미 관세 전면전으로 인해 베어마켓(약세장)으로 추락한 중국 증시가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경고입니다.

또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기업의 중국 투자에 제동을 걸고 나설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이를 넘어 기존의 투자에서도 발을 빼도록 하는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미국의 터키 제재로 인해 현지에 자금줄을 공급했던 유럽 은행권의 대출이 막힌 것과 비슷한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는 설명이지요.

왕 연구원은 이 밖에 미국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의 영향력을 이용해 결제시스템에서 중국 금융회사를 배제시키는 카드를 꺼내 들 수도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무역시장을 벗어난 압박이 최악의 시나리오대로 전개될 경우 중국이 금융위기를 맞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습니다.

미국이 중국의 금융시장을 직접적으로 겨냥하고 나설 경우 글로벌 금융시스템 전반으로 파장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양측이 싸움이 날로 고조되면서 시장이 예상하지 못했던 형태의 ‘핵공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제기됩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