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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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정상회담(현지시간 24일·뉴욕)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외교가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통한 비핵화 초기조치 및 연내 종전선언 합의로 연결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3일 출국하는 문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남북정상회담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서 들은 비핵화와 그 상응조치 관련 메시지를 전하고 연내 종전선언을 제안할 예정이다.

평양 남북정상회담 공동선언에 합의된 비핵화 내용은 "유관국 전문가들 참관 하의 동창리 엔진시험장 및 미사일발사대 영구 폐기"와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 용의"다.

후자에는 "미국이 6·12 북미 공동성명의 정신에 따라 상응 조치를 취하면"이라는 단서가 붙었다.

이에 더해 문 대통령은 '조기에 비핵화를 마치고 경제건설에 매진하고 싶다'는 김 위원장의 의지와 함께 평양 공동선언에 담기지 않은 '플러스알파'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풀어놓는다.

거기에는 트럼프 대통령 첫 임기가 끝나는 2021년 1월까지 비핵화를 마무리하기 위한 김 위원장의 구상과 미국으로부터 비핵화 대가로 받기 원하는 상응 조치가 담겨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1차적으로 종전선언을 하면 북한은 영변 핵시설 폐기와 관련한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 등이 문 대통령을 통해 전해질지 주목된다.

2009년 추방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을 복귀시키고, 영변 5MW 원자로(흑연감속로) 등 일부 핵시설의 폐기 절차를 개시하겠다는 등의 조치들이 미측에 전달될 수 있다고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그와 더불어 '상응조치'와 관련해서는 북한이 누누히 밝혀온 종전선언 외에 제재완화에 대한 기대가 문 대통령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해질 지 주목된다.

6·12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한은 핵실험장을 폐기하고, 미사일 엔진 실험장과 발사대 폐기를 추진하면서 상응조치로 체제 안전보장 조치의 일환인 종전선언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이번 남북정상회담때 북측이 영변 핵시설 폐기 카드를 새로이 꺼내든 만큼 제재 완화를 상응조치 차원에서 원할 수 있다고 관측통들은 추정하고 있다.

평양 공동선언에 적시된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 재개, 철도·도로 연결 등이 본격 추진되려면 비핵화 진전과 맞물려 제재 완화가 이뤄져야 한다는데 대해 남과 북이 인식을 같이 하는 만큼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제재 문제가 논의될 가능성이 없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1일 "커다란 진전이 있었지만 우리는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하는 그런 시점까지 경제 제재를 계속해야 한다"며 대북제재의 필요성을 거듭 확인했다.

결국 관건은 한미정상회담에서 보일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이라고 관측통들은 입을 모은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미국은 대체로 결과를 환영하는 톤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 선거 지원유세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이틀 전에 '훌륭한(beautiful) 편지' 한 통을 보냈다"며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보자"고 말했고, 폼페이오 장관은 같은 날 "모든 것이 제자리에 돌아오고 모든 작업의 일정이 잡힌다면 머지않아 평양을 방문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 유엔 총회 계기에 북미 외교장관회담을 하자는 제안과, 오스트리아 빈에서의 북미 실무협상 제안을 미국이 동시에 던져 놓은 가운데, 두 채널을 통한 논의 결과에 따라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 및 제2차 북미정상회담 등의 추진여부를 결정한다는게 미국 입장인 셈이다.

결국 북미정상회담 등이 가능하려면 미국이 요구하는 핵 신고와 북한의 요구하는 종전선언 간의 엉킨 실타래부터 풀어야 한다.

문 대통령의 방미 중재외교도 결국 그 실타래 풀기에 집중될 전망이다. 그것은 미국이 바라는 신고-검증-폐기의 전통적 비핵화 방식과 북한이 추구하는 단계적 폐기 조치로의 직행 방식 간의 절충이 이뤄질 수 있느냐와 관계된 문제로 보인다.

종전선언의 조건으로 핵신고를 요구해온 미국이 신고를 유보한 채, 핵시설 폐기 등의 행동으로 비핵화 의지를 보여주겠다는 북한의 제안을 수용할지가 변수로 등장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지금은 아니지만 적정 시점에 신고-검증의 수순을 밟겠다'는 김 위원장의 구두 약속이 문 대통령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해진다면 미국도 종전선언에 대해 좀 더 유연한 태도로 나올 여지가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