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이 전할 김정은 '비공개 메시지' 주목…한미정상회담이 분수령 될듯

남북의 평양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미간 비핵화 대화가 새 국면을 맞은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내민 '올리브 가지'(화해의 손짓)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어떤 '응답'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3차 남북정상회담에 긍정적 반응을 보인 트럼프 대통령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통해 즉각적인 북미협상 착수를 밝힌 가운데 김 위원장의 비핵화 진정성을 인정했느냐를 가늠하는 바로미터는 일차적으로는 2차 북미정상회담의 조기 개최, 나아가는 연내 종전선언의 성사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공을 넘겨받은 트럼프 대통령의 선택과 결단에 따라 중대 전환점에 놓인 한반도 비핵화·평화 시계, 즉 '북미 빅딜'의 속도와 방향이 상당 부분 좌우될 전망이다.

당장 내주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 기간 문재인 대통령을 통해 전해질 김 위원장의 추가 메시지와 이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평가'가 1차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2박 3일간의 방북을 마치고 돌아온 문 대통령은 2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비핵화 의지를 거듭거듭 확약했다"며 김 위원장이 비핵화 과정의 빠른 진행을 위해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과 트럼프 대통령과의 2차 북미정상회담이 조속히 열리기를 희망한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방안, 교착상태에 놓인 북미대화의 재개·촉진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눴다.

합의문에 담지 않은 내용도 있다"며 평양 공동선언을 통해 공개된 동창리 엔진시험장·미사일 발사대 영구 폐쇄 및 영변 핵 시설의 조건부 영구 폐쇄 외에 북측의 '플러스 알파'(+α) 메시지가 있었음을 확인하고, 내주 한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상세히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문 대통령은 "우리는 연내에 종전선언 하는 걸 목표로 삼고 있다"며 내주 한미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CNN방송은 문 대통령이 미국을 향해 '북한의 비핵화 의지와 입장을 역지사지하며 북한과의 대화를 조기에 재개할 것을 희망한다'고 언급한 점 등을 들어 "북한의 공이 워싱턴의 코트로 완전히 넘어갔다"는 게 문 대통령의 메시지였다며 문 대통령이 이번 평양 방문을 통해 붕괴 직전에 있던 북미 간 대화의 중재자 역할을 재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최고 의사결정자들의 직접 소통을 통한 톱다운 방식이라는 이번 협상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2차 북미정상회담은 남북 정상의 비핵화 논의를 이어받아 그 당사자들이 본격 담판을 벌일 본무대라는 점에서 그 개최 시기와 장소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미 김 위원장이 친서를 통해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요청하고 백악관이 이를 원칙적으로 수용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김 위원장과 조만간 만날 것이냐'는 질문에 "그럴 것"이라고 답한 바 있다.

워싱턴 외교가 안팎에서는 11월 중간선거 일정에 따른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시간표와 하루빨리 만나고자 하는 김 위원장의 '조기 개최 희망'이 맞물려 유엔총회 후 10월 안으로 북미 정상 간 2차 핵 담판이 열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번 평양 정상회담으로 2차 북미정상회담의 동력이 그만큼 더 커졌다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그러나 미국 입장에서는 최소한의 가시적 성과를 도출해야 한다는 점에서 내주 유엔총회에서의 북미 외교장관 회담,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릴 실무 비핵화 회담 등의 진행 상황에 그 시기가 연동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을 인정하고 연내 종전선언이라는 선물을 북한에 안길지 여부이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전까지만 해도 종전선언을 전체 프로스세의 '초기 입구'로 인식하는 듯한 언급들을 내놨으나, 이후 트럼프 행정부는 핵 리스트 제출 등 초기 비핵화 실행조치 없이는 종전선언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따라서 김 위원장이 이번에 밝힌 비핵화 메시지를 미국이 '의미있고 검증가능한 조치'로 최종 결론 내리느냐에 따라 종전선언의 운명이 갈릴 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내주 한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상세히 전할 남북 정상 간 비공개 비핵화 논의의 내용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북한이 영변 핵 시설 영구폐쇄의 조건으로 내세운 '상응 조치'가 사실상 종전선언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연내 종전선언에 대해 적잖은 압박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미국 조야에서는 구체적 비핵화 실행조치 확약 없이 종전선언으로 직행하는 데 대한 회의론이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미국의 기존 눈높이에 맞는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확실히 견인하든지 아니면 미국 내 우려에도 불구, 종전선언 문턱을 낮추든지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의 한국 평론가들은 종전선언이 김정은에게 주한미군 철수 요구의 명분을 제공하지 않을까 두려워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고, 워싱턴포스트(WP)도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은 종전선언이 주한미군 주둔의 정당성을 약화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AP통신도 "김정은은 종전선언이라는 '상응조치'를 원하고 있는 거로 보이지만 지난 20여 년간 북한의 저조한 약속 이행 실적에 비춰 워싱턴은 성급한 양보를 제공하길 내키지 않아 할 것"이라며 북한이 주한미군 철수를 위해 종전선언을 획책한다는 의구심 때문에 미국 내 많은 이들이 반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연구원은 AP통신에 "김정은의 목적은 한미동맹을 약화하고 해외 미군 병력 부담을 줄이고자 하는 트럼프의 목적을 이용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