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평양공동선언에서 ‘미국의 상응조치’에 따라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 등 후속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한 데 대해 미 국무부가 20일(현지시간) “비핵화가 먼저”라며 ‘선(先) 비핵화-후(後)보상’ 입장을 재확인했다. 미국이 3차 남북한 정상회담 성과를 환영하고 미·북 협상 재개를 선언했지만 북한에 순순히 양보하진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이 요구한 ‘미국의 상응조치’에 대해 “어떤 것도 비핵화 없이 일어날 수 없다”고 밝혔다. 전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사진)이 ‘다음주 뉴욕 유엔총회에서 이용호 북한 외무상과 회담하고 조만간 미·북 협상팀이 오스트리아 빈에서 만나자’고 제안한 지 하루 만이다.

북한이 요구한 ‘미국의 상응조치’는 종전선언을 의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구체적인 건) 북한과 미국 간에 논의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비핵화가 먼저’라고 선·후 관계를 분명히 하면서 미·북 협상 재개를 앞두고 치열한 ‘기싸움’이 벌어지는 양상이다.

나워트 대변인은 대북제재 필요성에 대해서도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강력한 제재 이행을 원하는 건 비단 미국만이 아니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비핵화를 얻기 위해서는 제재가 이행돼야 한다”며 “우리는 페달에서 발을 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전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핵 문제에 대해 “우리는 꾸준한 진전을 이뤘지만 항상 그렇듯 시간이 좀 걸린다는 걸 알고 있다”며 신중론을 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이날 워싱턴DC 한국전기념공원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우리는 핵무기 없는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이루려는 목표를 향해 계속 나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나워트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의 북핵시설 폐기 참관’ 주장에 대해 남·북·미 간 공유된 인식이라고 밝혔다. 그는 “문 대통령과 김정은이 사찰단에 관해 얘기했으며 IAEA 사찰단과 미국 사찰단이 사찰단의 일원이 된다는 건 공유된 인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것(미국과 IAEA 사찰단의 참관)은 (핵 폐기 상황에서) 통상적으로 이뤄지는 일의 과정”이라며 “우리는 북한과도 대화해왔으며 남북 간 (공유된) 인식이기도 하다”고 했다.

IAEA도 이날 대변인을 통해 “북한 핵 계획에 관한 검증 활동을 수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