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슈밋 전 구글 회장(사진)이 “10년 내 인터넷이 두 종류로 나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현재 인터넷과 중국 주도 아래 검열을 강화한 인터넷으로 양분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에릭 슈밋 前 구글 회장 "인터넷도 美·中 주도로 쪼개질 것"
20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슈밋 전 회장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투자회사 행사에서 ‘인터넷이 쪼개질 가능성이 얼마나 있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슈밋 전 회장은 “인터넷 시스템 자체가 조각나진 않겠지만 2028년이면 중국과 미국이 각각 주도하는 인터넷으로 양분될 것이라는 게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슈밋 전 회장은 “중국의 경제성장 속도가 경이롭고 인터넷이 국내총생산(GDP)에 기여하는 비율이 미국보다 높다”며 “중국이 인터넷 관련 제품과 서비스에서 선도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진짜 큰 위험은 검열과 통제 등을 갖춘 중국의 통치 체제도 함께 다가온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가 작동하는 방식을 보라”며 “일대일로와 연관된 세계 60여 개국은 자유를 일부 희생하면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듯 인터넷 인프라도 받아들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슈밋 전 회장의 이 같은 발언은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검색엔진으로 중국 재진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구글은 ‘드래곤플라이’라는 프로젝트로 인권, 민주주의 등 중국 정부가 달가워하지 않는 단어의 검색을 차단하는 기능을 갖춘 검색엔진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구글 직원들이 윤리성과 투명성 문제를 제기하며 강하게 반발하자 피차이 CEO는 “여러 선택지를 고려하고 있을 뿐 중국에서 사업을 시작하는 것과는 아직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