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경제난이 극심한 가운데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터키의 고급 식당에서 스테이크를 먹고 시가를 피우는 동영상이 공개돼 논란이 커지고 있다. 베네수엘라인 사만다 카포비안코가 18일(현지시간) 미국 마이애미에 있는 해당 식당 체인점 앞에서 “(마두로 대통령의) 즉각적인 공개 사과를 요구한다”는 피켓을 들고 있다.
방중후 귀국길에 터키 유명 식당 찾아…셰프가 동영상 3개 올려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터키의 유명 식당에서 고급 스테이크를 먹고 시가를 피우는 동영상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살인적인 물가상승 속에 음식과 생필품 부족으로 많은 국민이 고통을 겪고 있지만 정작 대통령은 호사를 누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터키의 유명 셰프 누스레트 고크제(Salt Bae·소금연인)가 최근 이스탄불에 있는 자신의 고급 스테이크 식당을 찾은 마두로 대통령 부부 앞에서 고기를 자르는 장면 등이 담긴 3개의 동영상이 베네수엘라 국민의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AFP 통신 등 외신이 18일(현지시간) 전했다.마두로 대통령 부부는 당시 투자자금을 유치하려고 중국을 방문한 뒤 귀국하는 길에 고크제의 식당을 찾았다.고크제는 인스타그램에 3개의 관련 동영상을 게시했다가 논란이 일자 삭제했지만 많은 소셜미디어 사용자들이 해당 동영상을 공유했다.동영상에는 "이것은 일생에 한 번 있는 순간"이라고 말하는 마두로 대통령의 육성이 담겨 있다.또 마두로 대통령이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명판이 있는 상자에서 시가를 꺼내 피우고 부인 실리아 플로레스가 고크제의 얼굴이 있는 티셔츠를 들고 있는 모습도 담겼다.이는 베네수엘라의 곤궁한 삶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외신은 식량난으로 많은 베네수엘라인이 쓰레기통을 뒤지고, 고양이 등을 잡아먹고 있다고 전해왔다.실제 베네수엘라에서는 국민의 64%가량이 극심한 식품 부족으로 체중이 평균적으로 11㎏ 줄어든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어린이 영양실조는 사상 최악 수준이며 2014년 이후 230만 명의 베네수엘라인이 새로운 삶을 찾아 고국을 등졌다.우파 야권 지도자로 콜롬비아로 망명한 훌리오 보르헤스 전 국회의장은 트위터에서 "베네수엘라인들이 굶주리고 있는 가운데 마두로 대통령 부부는 국민한테서 훔친 돈으로 세계에서 가장 비싼 식당 중 한 곳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비난했다.베네수엘라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온 마코 루비오 미 공화당 상원의원도 마두로 대통령을 비난하는 트위터 글을 올렸다.마두로 대통령은 귀국 후 방송 기자회견을 통해 "셰프가 개인적으로 우리를 환대했다"며 해당 사실을 시인했다./연합뉴스
베네수엘라가 화폐 액면가를 10만분의 1로 낮춘 화폐개혁을 단행한 뒤에도 하이퍼 인플레이션과 생필품 부족 등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지난달 화폐 액면가를 10만분의 1로 낮추고, 화폐 이름을 ‘볼리바르 푸에르테’에서 ‘볼리바르 소베라노’로 바꾸는 화폐개혁을 단행했다. 연간 1만% 넘게 오르는 물가를 잡으려는 목적이었다.하지만 화폐개혁 이후에도 베네수엘라의 하이퍼 인플레이션은 지속되고 있다. WP에 따르면 수도 카라카스의 한 식당은 2주에 한 번 메뉴 가격을 올리고 있다. 재료비가 오르는 만큼 메뉴 가격을 조정하지 않을 수 없어서다.이 와중에 베네수엘라 정부는 최저임금을 30배 인상해 물가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현지 컨설팅 기업인 에코아날리티카는 지난달 물가 상승률을 225%로 추산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물가 상승률이 100만%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WP는 정부가 방만한 지출을 지속하는 가운데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 정부 재원을 충당하는 문제점이 해결되지 않으면 하이퍼 인플레이션을 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
'빅맥' 1개값이 월급의 5분의 1…고용주 "직원 3분의 1 해고해야할 판"상공계 "국가 비즈니스 25%가 무력화"…"재앙적 경제 개혁"베네수엘라가 초인플레이션과 생필품 부족난 등 극심한 경제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취한 극단의 경제 개혁 조치가 재앙적 결과를 나을 조짐이다.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은 지난달 연간 인플레이션이 100만%에 달할 것이라는 우려 속에서 자국 통화인 볼리바르를 10만대 1로 액면절하하고 최저임금을 3천% 인상하는 등 개혁을 단행했다.미국 워싱턴포스트는 그러나 이러한 근시안적인 개혁은 물가 급등, 매장 폐쇄, 직원 해고와 산업 무력화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수도 카라카스 현지 취재를 통해 분석한 내용을 16일 보도했다.마두로가 지난달 개혁 조치를 발표한 뒤 카라카스의 맥도날드 매장에서 '빅 맥' 1개 가격은 3.6달러에 팔리고 있다.이번에 인상된 최저임금의 5분의 1 수준이다.베네수엘라 현지 패스트푸드 체인의 한 업주는 직원 1천800명의 3분의 1을 해고하고, 85개 매장 중 15개 매장은 문을 닫아야 할 판이이라고 털어놨다.만성적인 재료 부족에다가 직원 월급 급등과 제품가 폭등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는 것이다.이 업주는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하루하루가 폭풍 전야 같다"고 우려했다.지난달 베네수엘라에서 문을 닫은 맥도날드 매장이 몇 개인지 파악조차 어렵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정부는 임금 인상을 보전하려고 제품 가격을 올리면 기업 관리자들을 처벌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으면서 가격을 통제하고 있지만 이러한 '채찍'이 제대로 말을 듣지 않는 정황들이 보인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이미 지난 몇주간 130명이 넘는 기업 매니저와 피고용자들이 가격을 올리는 등 '투기 혐의'로 정부 당국에 체포됐다.그러나 정부가 가격을 통제하는 주요 식료품인 닭과 달걀은 슈퍼마켓 선반에 보이지 않는다.수지가 맞지 않으니 농가에서 대량 생산하기를 꺼리기 때문이다.현지 컨설팅업체인 에코아날리티카는 지난 8월 베네수엘라의 월간 인플레는 225%로 '기록적'이라고 보고했다.패스트푸드점과 마찬가지로 상공계 각 분야의 사업장들이 최근 며칠간 문을 닫는 곳이 속출했고, 고용주들은 사람을 줄이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베네수엘라의 주요 재계단체인 '페데카마라스'의 리카르도 쿠사노 회장은 마두로의 일련의 경제 정책은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최악"이라고 비난했다.이러한 '징벌적' 조치들은 투자를 유발하거나 신뢰를 주지 않을뿐더러 생산을 오히려 감소시키게 될 것이라고 쿠사노는 지적했다.베네수엘라 상공회의소 간부를 지냈던 빅토르 말도나도는 "도대체 경제 개혁 정책이 이렇게 순식간에 대실패로 끝난 사례는 본 적이 없다"고 한탄했다.베네수엘라 120개 상공단체의 결집체인 콘세코메르시오의 회장 마리아 카롤리나 우스카테기는 지난 8월 경제 개혁 발표 이후 국가 비즈니스의 25%가 무력화됐다고 말했다.베네수엘라에서는 지난 20년간 민간기업의 75%가 지난 종적을 감춘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한편, 최저임금 폭등으로 수백 개의 학교가 문을 열지도 못하고 있는 데다가 상당수의 학생과 학생들은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고 사립학교협회의 파우스토 로메오 회장이 전했다.마두로의 이러한 개혁 정책은, 지나친 가격 통제와 왜곡된 환율 속에서 중앙은행이 정부 재원 마련을 위해 화폐를 계속 찍어내는 모순점이 해결되지 않으면, 아무런 효과가 없다고 국내외 전문가들은 지적한다.그러나 수도 카라카스에서 지중해식 식당을 경영하는 프레디 데 프레타스(39)씨는 "가격을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생각으로 매주 메뉴의 가격조정을 하면서 직원 15명도 해고하지 않고 장사를 계속할 계획이다.그는 재료가 부족하면 새우와 쌀을 다른 식당과 바꾸는 식으로 임시변통하고 있다.다만 정부가 가격을 통제하는 육류 재료는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생산업체가 수지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공급을 중단했기 때문이다.포르투갈 이민자 2세대인 그는 "임금 인상은 곧 얼마 가지 않아서 인플레이션이 상쇄해줄 것"이라며 "곧 바뀐다.영원한 것은 없다"며 조삼모사 격인 될 베네수엘라 경제 개혁 정책을 비웃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