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용석의 워싱턴인사이드] 340억→160억→2000억달러… 미, 중국 수입품 절반에 관세폭탄
미국이 17일(현지시간) 예고했던 2000억달러 중국 상품에 대한 고율관세 부과를 강행했다. 미국 시간 기준 오는 24일부터 2000억달러 상당의 중국 제품에 10% 관세를 매기기로 했다. 이어 내년 1월부터 관세율을 25%로 올릴 예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성명을 통해 “우리는 수개월간 불공정 무역행태 바꾸고 미국 기업들을 공정하고 상호적으로 대하도록 촉구해왔지만 중국은 변화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미국이 대중(對中) 관세 부과는 이번이 세번째다. 미국은 지난 7월 340억달러 상당의 중국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했다. 지난달엔 160억달러 규모 제품에 25% 관세를 매겼다. 이어 이번에 2000억달러 ‘관세 폭탄’을 터뜨렸다.

이로써 미국이 중국에 고율관세를 부과한 규모는 2500억달러로 늘어나게됐다. 지난해 미국이 중국에서 수입한 금액(5050억달러)의 절반에 육박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성명에서 “중국이 보복하면 추가로 2670억달러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중국을 압박했다. 중국 제품 전체를 대상으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나마 이번에 관세율을 10%로 한건 예상보다 낮은 수준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당초 최고 25% 관세 부과를 검토했었다. 이번 관세 부과 품목에 카메라, 가구, 자전거 같은 소비재가 대거 포함돼 있는만큼 미국 소비자가 느끼는 ‘체감 효과’를 줄이기 위해 고민한 결과로 풀이된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내년 1월에 관세율을 25%로 올릴 예정이다.

관세 부과 품목은 당초 6031개에서 약 300개 정도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공청회 기간 여론수렴 과정에서 일부 품목이 빠졌다. 하지만 관세 부과 금액은 2000억달러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중국은 강력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미국이 2000억달러 중국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 제품 600억달러에 보복관세를 매기겠다고 공언해왔다.

다만 중국이 미국에서 수입하는 금액은 지난해 1300억달러 수준으로 미국과 ‘동일규모’로 관세 전쟁을 이어가는데는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제품 불매나 미국 기업에 대한 인허가 지연 등 비관세장벽을 동원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당초 27~28일 워싱턴에서 열릴 예정이던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과 류허 중국 경제담당 부총리의 무역협상도 불투명해졌다. 중국 내에선 미국이 2000억달러 관세를 부과하면 무역협상을 거부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예찬’을 이어갔다. 그는 이날 트위터에서 “관세로 인해 미국은 매우 강력한 협상력 갖게 됐다”며 “지금까지 비용 인상은 거의 눈에 띄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또 “(수입 철강에 25% 관세를 부과한)철강 산업은 새로운 삶을 부여받아 번성하고 있다”며 “공정한 거래를 하지 않는 나라에 관세 매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최고 통상 전문가로 꼽히는 웬디 커틀러 전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지난 11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되는 배경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을 매우 우려스럽게 보고 있는 게 가장 큰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터프한(거친)’ 대중 정책이 미국 내에서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다”며 “심지어 과거 미·중 무역의 ‘챔피언들(수혜자들)’조차 그런 우려를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중 무역전쟁이 상당 기간 계속될 것이란 지적이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