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달러화 및 유로화 대비 엔화 값 변동 폭이 역대 최저수준으로 작다고 합니다. 일본이 1973년 변동환율제를 도입한 이래 엔화 값 변동이 가장 적은 한 해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입니다. ‘이례적으로 움직이지 않는 엔화 환율’에 대한 시장의 관심도 덩달아 커지고 있습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올 들어 달러화 대비 엔화 값 변동 폭이 8.74엔에 불과했습니다. 올 들어 달러화 대비 엔화 환율 고점은 1월에 기록한 달러당 113.37엔이었고, 저점은 3월에 찍은 달러당 104.63엔이었습니다. 2011년 기록된 9.97엔 보다 적게 움직인 후 한해를 마칠 가능성이 높아진 것입니다. 달러화 대비 엔화 값이 극히 좁은 ‘박스권’을 오간 것입니다.

지금까지 연간 달러화 대비 엔화 값 변동 폭이 좁았던 해는 2011년(9.97엔)이었습니다. 2015년에도 변동 폭이 10.02엔으로 변화폭이 미미했습니다.

올해 엔화 환율 변동 폭이 2011년 보다 커지려면 앞으로 달러당 114.60엔을 웃돌거나, 103.40엔을 밑돌아야 합니다. 하지만 앞으로 3개월 동안 엔화 값이 극적으로 크게 요동칠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니혼게이자이신문의 전망입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엔화 약세 쪽으로 방향을 이끌 동인으로는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이 있지만, 미국이 추가 금리인상을 하더라도 달러화 대비 엔화 값이 114엔대 후반까지 오를지는 미지수라는 설명입니다. 실제 지난 7월 미국 경기지표가 개선되면서 일시적으로 달러화 대비 113엔대를 찍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달러당 112엔대로 돌아섰습니다. 미국 정부가 달러화 강세를 탐탁지 않게 여기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실질적으로 엔화 값이 움직일 가능성이 높은 것은 엔화 강세라는 시각이 많습니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마찰이 날로 심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장불안이 커지면 안잔 자산 쏠림현상이 강화돼 엔화 값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달러화 대비 엔화 값이 103엔대 전반까지 떨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지적입니다. “리스크 회피 목적으로 진행되던 엔화 매수세가 예전만 못하다”(JP모건체이스은행)는 이유에서 입니다.

달러화 대비뿐만 아니라 유로화 대비로도 엔화 값은 요지부동입니다. 올 들어 유로화 대비 엔화 값 변동폭음 12.88엔으로 2005년 찍은 기록(12.99엔)을 밑돌고 있습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환율 안정은 기업 경영에 바람직한 요인이지만 변동성이 줄어들면 사업기회나 이익규모가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역대 급으로 적은 변동 폭을 보이는 엔화 값의 동향이 향후 일본 경제에 어떤 결과를 끌어낼지 주목됩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