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일리 "러시아가 보고서 수정 압력" vs 러 "우리 요구 반영돼 이견없다"
유엔 외교관 "러 대북제재 위반 의심행위 문구 사라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제재 이행에 대한 패널 보고서를 놓고 미국과 러시아가 충돌하면서 보고서 채택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미국은 13일(현지시간) 대북제재를 감시하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1718위원회)의 보고서 내용이 러시아의 압력으로 수정됐다며 러시아를 비난했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이날 성명을 통해 "(대북제재위가) 러시아의 압력에 굴복해 독립적이어야 할 보고서에 수정을 가했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자국의 대북제재 위반을 은폐하려 했다는 주장이다.
유엔 대북제재 '수정보고서' 논란… 미·러, 안보리서 '티격태격'
헤일리 대사는 "보고서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러시아가 유엔의 독립적인 대북제재 보고서를 편집하거나 방해할 수 없다"면서 "유엔 제재의 완전한 이행은 모든 회원국의 의무이고, 러시아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논란은 대북제재위가 지난달 안보리 대북제재에 대한 유엔 회원국들의 이행을 중간 점검하는 보고서를 제출하면서 시작됐다.

올해 보고서에는 '북한이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중단하지 않았으며 유엔의 수출관련 제재를 위반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보고서에는 또 '북한으로 들어가는 석유제품의 선박 대 선박 환적이 엄청나게 증가했다'는 내용도 들어갔으며, 일부는 러시아의 행위로 의심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는 당시 보고서에 반기를 들었다.

바실리 네벤쟈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는 지난달 31일 안보리 회의 후 구체적인 반대 내용을 언급하지 않은채 "보고서의 여러 항목과 작성 과정에 동의할 수 없어 보고서 채택 논의를 중단시켰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러시아는 이후 대북제재위에 보고서 수정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 대북제재 '수정보고서' 논란… 미·러, 안보리서 '티격태격'
유엔 주재 러시아 대표부의 표도르 스트르쥐좁스키 대변인은 13일 러시아가 여러 차례 보고서의 수정을 요구했고, 이로 인해 보고서의 질이 높아졌다고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말했다.

이어 "이제 우리는 유엔 안보리에서 보고서를 회람하는데 아무런 장애도 없다고 본다"면서 그동안의 거부 입장을 철회했다.

유엔의 한 외교관은 '수정 보고서'에서 러시아의 제재위반 의심행위에 대한 일부 문구가 사라졌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는 미국의 반대를 촉발시켰다.

헤일리 대사는 대북제재위가 보고서 원본을 배포한다는 입장이다.

보고서가 채택되려면 상임이사국 5개국을 포함한 안보리 15개 이사국의 만장일치 동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미국이 반대하고 있어 '수정 보고서'의 채택은 불투명한 상태다.

미국은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등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비핵화에 가시적인 진전이 없다며 기존의 고강도 대북제재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우방인 러시아와 중국은 한반도 평화 무드에 따라 안보리가 제재 완화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면서 공론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고리 모르굴로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지난 11일에도 "안보리가 불가역적 제재 해제, 제재 체제 완화 등의 문제를 검토할 권리가 있고 또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