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의 디트로이트' 4차 산업혁명 기지로 대변신
지난 6일 태국 방콕 시내에서 두 시간여(약 180㎞ 거리)를 차로 달려 도착한 라용주. 이곳엔 GM, 포드·마쓰다 합작사, 이쓰즈 등 미국·일본 자동차 회사의 공장이 줄지어 들어서 있었다. 태국 연간 자동차 생산량(200만 대)의 25%가 만들어지는 지역이다. 생산 차량은 80㎞ 떨어져 있는 램차방 항을 거쳐 수출된다.

라용주를 비롯해 램차방 항이 있는 촌부리주, 인근의 사무트프라칸·아유타야주에 미국·일본 자동차 기업과 태국 부품업체들이 집적단지인 클러스터를 이루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가 태국을 동양의 디트로이트(미국 자동차산업의 중심지)라고 부르는 이유다.

태국이 1980년부터 동부 해안에 개발한 수출산업단지인 이스턴시보드는 인프라 투자의 우수 사례로 꼽힌다. 세계은행(WB)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태국 정부의 이스턴시보드 개발에 따른 집적 효과로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인근 국가에 비해 자동차 생산성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동양의 디트로이트' 4차 산업혁명 기지로 대변신
WB에 따르면 1997~1998년 아시아 경제위기 당시 태국의 내수시장이 급격히 줄어들자 수출을 늘리기 위한 정책의 일환으로 인프라 투자가 이뤄졌다. 그 결과 1997년 당시 전무하다시피하던 자동차 수출이 2015년 전체 생산량의 60%까지 높아졌다.

태국 정부는 최근 램차방 항과 이스턴시보드의 인프라를 대대적으로 정비하고 있다. 산업 집적화를 위한 동부경제회랑(EEC) 개발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촌부리·라용·차층사오주 등에 걸쳐 1만3285㎢에 해당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동서경제회랑(미얀마~태국~라오스~베트남)과 남북경제회랑(태국~라오스~중국 연결)을 연결하겠다는 목표다.

육로 운송(87.5%)에 의존하고 있는 램차방 항은 철도 및 해상운송 비중을 높여 비용을 절감할 계획이다. 춘라팟 스리파플룬 태국항만공사(PAT) 부국장은 “램차방 항으로 연결되는 철도 운영시스템과 해안 터미널이 올해 완공됐다”고 전했다. 램차방 항의 컨테이너 수용 능력을 늘리기 위해 2021년까지 881억바트(약 3조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태국 정부는 신산업 정책인 ‘태국 4.0’ 프로젝트와 연계해 EEC에 차세대 자동차와 로봇, 자동차 기기 등 첨단산업 분야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태국 4.0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인공지능(AI)과 센서 기술 등을 활용해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린다는 독일의 ‘인더스트리 4.0’과 비슷한 국가 전략이다. 태국 정부가 선정한 유망 산업 분야에 투자하면 법인세 면제, 토지소유권 부여 등 외국인에게 다양한 특혜를 준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는 지난 4월 EEC에 100억바트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후지필름은 EEC 내 의료산업 부문에, EEC에 입주한 독일 타이어기업 콘티넨탈도 추가로 투자할 의사를 보이고 있다.

방콕·라용·촌부리=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