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명 저널리스트인 밥 우드워드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초기 혼란상과 숨겨진 비화(秘話)를 담아 쓴 신간 《공포: 백악관의 트럼프》(사진)가 11일(현지시간) 정식 출간되자마자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출간 전부터 예약이 쇄도한 결과다.

아마존에선 재고 부족으로 배송 지연 사태마저 벌어지고 있다. 보통 회비를 내는 아마존 프라임 회원에게는 1~2일 뒤 책이 배송되지만 우드워드 신간은 ‘무료 이틀 배송’을 선택해도 최소 10~20일 뒤에야 받을 수 있다. 출판사 사이먼앤드슈스터는 “7쇄 제작에 들어갔다”며 “이를 감안하면 총 100만 부의 양장본이 출간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책은 닉슨 전 대통령의 낙마를 부른 워터게이트 사건 특종 기자인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 부편집인의 저작인 데다 트럼프 행정부의 혼란상에 대한 적나라한 뒷얘기를 담아 진작부터 관심을 모았다. 외교가에서도 책 내용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워싱턴DC 주재 외국 대사관 중엔 이 책을 대량 구매하는 사례도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책에는 한국 관련 에피소드도 많다. 신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19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를 압박하고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비용을 내라고 다그쳤다. 특히 “당신네가 우리를 상대로 뜯어내고 있다”고 ‘험한 말’을 쏟아냈다.

문 대통령이 ‘달래는 투’로 말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사드 문제를 꺼내며 “당신들이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언성을 높였다고 한다. 당시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외교안보 라인은 대통령이 중국, 러시아, 이란, 시리아, 북한이 아니라 전통 동맹국인 한국에 노여움을 표시하는 데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초 주한 미군 가족을 철수시키는 소개령(疎開令)을 검토할 땐 공화당 내 대북 강경파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조차 전쟁할 준비가 돼 있지 않으면 시작하지 말라고 만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그 결정을 내리는 날은 한국 주식시장과 일본 경제를 뒤흔드는 날이 될 것”이라고 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소개령 트윗’은 현실화되지 않았다.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지난해 9월 말 존 켈리 비서실장 등에게 “중국이 그(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를 죽이고 그들이 컨트롤할 북한 장성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극적인 제안을 했다고 말했다고 우드워드는 적었다.

책 내용의 진위 여부를 둘러싼 진실 공방도 계속되고 있다. 우드워드는 이날 트럼프 행정부의 한 핵심 관리가 책 내용이 “1000% 진실”이라고 했다가 나중에 공개 성명을 통해 자신을 비방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료들은 이미 20명 넘게 “책 내용이 사실과 맞지 않는다”고 사실관계를 부인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