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프라스 총리, 유럽의회 연설서 EU 비판

유럽이 재정위기와 난민 대량 유입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데 실패한 것을 인정하지 않으면 민족주의 발호를 둘러싼 존재론적인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주장했다.



치프라스 총리는 11일(현지시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린 유럽의회 연설에서 이 같이 말하며 "유럽 각국 정부가 추구한 경제적 긴축 정책이 두려움과 인종주의, 극우 출연의 자양분이 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작금의 도전 과제에 대해 민주적이고,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 국수주의의 승리로 이어졌고, 민족주의적 경쟁을 촉발했다"며 "유럽은 응집력과 국제적인 역할, 미래가 없는 파편화된 대륙으로 변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안보에 있어 유럽이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 것도 극우 정당들의 지지세가 커지는 데 일조했다며 "지금까지 유럽이 보여준 금융 위기, 난민 위기, 안보 위기에 대한 대처는 커다란 결점과 모순들을 노출시켰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유럽의 난민 분산 수용 정책 등에 반기를 든 동유럽 등 일부 국가들을 겨냥, "다른 나라들이 일방적으로 유럽의 결정을 위반하면서, 장벽을 올릴 때 (재정) 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그리스는 증오의 사이렌에 저항했다"고 강조했다.

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향하려는 아프리카 난민들의 수가 최고치에 달하며 유럽의 난민 위기가 절정으로 치달은 2015년 시리아, 이라크 등을 떠난 난민 약 100만명은 터키를 거쳐 그리스에 도착한 뒤 독일 등 서유럽으로 흩어진 바 있다.

한편, 골수 좌파 정치인인 치프라스 총리는 그리스가 8년에 걸쳐 국제채권단의 구제금융 치하에 놓인 기간에 그리스의 긴축을 압박하고, 감시해온 유럽연합(EU)과 독일을 비롯한 유럽 각국 정부를 빈번하게 비판해 왔다.

이런 그의 이날 발언은 지난 달 그리스의 구제금융 체제 졸업과 최근 유럽 각지에서 극우 세력이 급부상하고 있는 현상과 맞물리며 또 다른 무게감으로 다가왔다고 로이터는 평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