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 조치 이후 미국 기업들이 해외에 쌓아놓은 현금 중 30%를 본국으로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미 경제전문 방송인 CNBC는 미 중앙은행(Fed) 자료를 인용, 지난 1분기 말 기준으로 미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 기업들이 해외 유보 현금 1조달러 가운데 3000억달러를 미국으로 송금했다고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12월 세제 개편 때 기업들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현금을 미국으로 보낼 때 한 차례에 한해 특별 할인세율을 적용키로 했다. 이전에는 본국 송금 때 최고 35%의 송환세를 물어야 했으나 새로운 세법은 한 차례는 15.5%의 낮은 세율을 적용해 주겠다는 것이다.

애플과 시스코 등 기업들은 세제 개편 이후 유럽, 아시아 등에 쌓은 현금과 기타 유동 자산을 대거 본국으로 송금했다.

미국으로 들어온 현금의 상당 부분은 자사주 매입에 이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현금 보유액 상위 15개 기업은 올해 550억달러를 자사주 매입에 사용했다. 지난해 4분기 230억달러와 비교하면 두 배 이상 수준으로 늘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미국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액은 총 1조달러가 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부 연구기관들은 기업들이 해외에 쌓아놓고 있는 현금 규모가 최대 2조500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기업들이 미국에 송금할 현금 규모가 이보다 훨씬 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