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운데)가 지난 9일 홋카이도 강진으로 피해를 입은 아쓰마 지역 대피소를 방문, 무릎을 꿇고 앉아 이재민들과 대화하고 있다. 6일 발생한 규모 6.7의 강진으로 상당수 주택이 파괴된 데다 여진이 계속되면서 홋카이도 주민 5000여 명은 대피소에서 생활하고 있다.
여당 총재선거전 본격화…아베 "개헌" vs 이시바 "경제재생"일본 집권 자민당의 차기총재 선거가 오는 20일 열릴 예정인 가운데 출마의사를 밝힌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나 자신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납치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굳은 결의를 하고 있다"고 거듭 밝혔다.10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이날 오전 도쿄(東京)에 있는 자민당 본부에서 총재선거 연설과 기자회견을 한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아베 총리는 "전후 일본 외교의 총결산을 행할 것"이라며 "새로운 시대의 평화와 번영의 주춧돌을 쌓을 것"이라고 말했다.앞서 아베 총리는 이날 오전, 문재인 대통령의 특별사절단으로 북한을 방문했던 서훈 국가정보원장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도 "직접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날 때"라며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의욕을 보이기도 했다.아베 총리는 "내게 이번이 마지막 총재선거"라며 "이번 기회에 그동안의 여러 비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면서 고쳐야 할 점은 고치고 싶다"고 강조한 뒤 "6년 전 총재선거 때 받았던 표보다 1표라도 늘리고 싶다"고 말했다.그는 재임기간 유효구인배율이 개선됐다는 점을 거론하며 "경제를 회복시킬 수 있었다"며 자신의 경제정책 성과를 강조했다.아베 총리는 이후 별도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드디어 개헌할 때가 왔다"며 "자위대원이 자부심을 지니고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면 헌법에 일본의 평화와 독립을 지키는 일과 자위대를 명기해 나의 사명을 다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재차 개헌을 강조했다.헌법 9조에 자위대 존재를 명기하는 개헌을 추진하는 그는 개헌안 제출 시기에 대해선 올해 가을 임시국회를 목표로 하겠다고 밝혔다.이에 비해 상대적 열세에 있다는 평을 듣는 이시바 전 간사장은 연설회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은 경제재생"이라고 말했다.그는 "기업실적과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소득은 별개 문제"라며 "(아베 총리의 재임기간) 일하는 사람의 소득이 올랐느냐"고 문제를 제기했다.이어 "지방이야말로 성장의 힘"이라며 지방의 중요성도 거듭 거론했다.이시바 전 간사장은 '손타쿠'(忖度·윗사람이 원하는 대로 알아서 행동함)가 문제로 지적됐던 아베 총리의 사학 스캔들을 거론하며 "정치가 과도하게 개입하면 공무원들은 위축돼 국민을 위해 일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이시바 전 간사장은 북일 관계와 관련, "북한에 연락사무소를 설치, 성과를 하나하나 검증하는 체제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교전권을 인정하지 않는 헌법 9조2항 삭제를 주장하는 이시바 전 간사장은 "6년 전 총재선거에서 아베 총리와 나는 헌법 9조에 대해 생각이 같았다"며 "그사이 왜 입장이 바뀌었느냐"고 덧붙였다.자민당 총재선거전은 지난 7일 후보등록과 함께 공식 시작됐지만, 그 전날 발생한 홋카이도(北海道) 강진에 따른 인명피해 등을 고려해 9일까지 선거운동을 자제하기로 한 바 있다.사실상 일본의 차기총리를 정하는 이번 선거에서 아베 총리가 여전히 독주할 것으로 일본 언론은 관측하고 있다./연합뉴스
'북방영토' 문제 성과 노려…12일 中시진핑과도 회담총재선거 앞두고 외유…국내선 '토론 회피 노림수' 비판 여론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러시아로 출발했다고 교도통신이 10일 보도했다.아베 총리는 이날 저녁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쿠릴 4개섬(일본명 북방영토) 문제 등 현안을 협의한다.두 정상이 회담을 여는 것은 2006년 제1차 아베 정권 때를 포함해 이번이 22번째다.일본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정상이 지난 2016년 12월 쿠릴 4개섬에서 추진하기로 한 공동경제활동을 구체화하고 양국간 평화협정을 체결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려 하고 있다.이를 통해 숙원인 쿠릴 4개섬의 일부 혹은 전체 반환을 러시아로부터 얻어내려는 노림수를 가지고 있다.아베 총리는 이날 하네다(羽田)공항에서 러시아행 비행기를 타기 전에 기자들에게 "다양한 분야에서 러일 관계를 진전시켜 평화조약 체결과 북방영토 문제의 해결을 향해 확실히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반면에 쿠릴 4개섬을 실효 지배하는 러시아측은 공동경제활동에 관심을 갖고 있으면서도 평화협정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NHK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는 지난 6일 러일 정상회담의 주제 중 하나로 '경제협력 강화'를 들면서도 평화조약 체결에 대해서는 "합의의 길을 열기 위해서는 신뢰와 협력의 분위기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발표했다.러시아측은 회담에서 일본이 배치를 추진 중인 미사일 방어 체계인 지상배치형 요격 시스템(이지스 어쇼어)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는 등 안전보장 문제에 대한 자국의 입장을 일본에 적극적으로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한편 아베 총리는 러시아 방문기간인 12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과 정상회담을 열 계획도 갖고 있다.아베 총리는 이와 관련해서는 "중일 관계를 속도감 있게 진행하겠다"고 말했다.아베 총리는 12일 오후에는 동방경제포럼의 전체 회의에서 연설할 계획이며 이에 앞서 11일 오후에는 할트마긴 바툴가 몽골 대통령과도 회담한다.한국과 일본은 러시아에서 이낙연 총리와 아베 총리 사이의 회담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아베 총리의 러시아 방문을 둘러싸고 일본 내에서는 아베 총리가 오는 20일 총재 선거를 앞두고 경쟁자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과의 직접 토론을 회피하면서 적극적인 외교 노력을 하는 모습을 유권자인 자민당 의원들과 지방 당원들에게 보여주려는 노림수가 있다는 지적도 많다.정치 평론가 이토 아쓰오(伊藤惇夫) 씨는 교도통신에 "아베 총리는 총재선거 중으로 예상됐던 시기에 외유를 추진했다"며 "(이시바 전 간사장과의) 토론전을 피하려는 노림수가 어렵지 않게 보인다"고 지적했다./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의 특사로 일본을 방문한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10일 아베 신조 총리와 면담을 했다. 대북 특사단 일원이었던 서 원장은 방북 성과에 관해서 설명하기 위해 일본을 방문했으며 문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3번째 방일이다. 서 원장과 아베 총리는 남북과 북미 관계와 함께 북일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데 의견 일치를 봤다. 아베 총리는 "직접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날 때"라며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의욕을 보였다.아베 총리는 서 원장과 만난 자리에서 모두 발언을 통해 "지난주 방북하신 후 얼마 시간을 두지 않고 일본을 방문해 회담 내용을 설명해주시는 것에 대해 감사드린다. 문재인 정권 출범 후 한일관계가 그만큼 긴밀하게 됐다는 것을 세계에 알리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서 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문제에서 과거 어느 때보다도 아베 총리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 관점에서 한국과 일본 사이에 소통과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하신다"고 밝혔다. 서 원장은 아베 총리에게 "최근 일본에 지진과 태풍으로 큰 피해가 발생했다. 일본 국민에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는 문 대통령의 말을 대신 전하기도 했다.서 원장은 이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전달하고 이를 토대로 북미 간 대화가 재개될 수 있도록 일본 측도 협조해달라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이날 예방과 관련해 "아베 총리가 김정은 위원장이 재확인한 비핵화 의지를 실행에 옮기기 위한 방안과 평양 남북정상회담의 준비 동향과 전망 등에 관심을 표명했다"며 "서 원장이 올해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 20주년'을 맞아 한일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기를 바라는 문 대통령의 뜻을 전했다"고 설명했다.서 원장은 예방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방북기간 북한으로부터 일본에 대한 메시지를 들었는지 묻는 말에 "필요한 논의는 북한과 했다. 전반적으로 북한과 북일 관계에 대한 얘기가 오갔다. 납북자 문제는 북일 관계의 전반적인 상황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한편 서 원장은 최근 일본을 강타한 지진과 태풍에 대해 "문 대통령의 특사로서 일본 국민에 위로의 말씀을 전해드렸고 아베 총리는 일본 국민을 대표해 문 대통령의 위로 말씀에 감사한다는 말을 했다"고 말했다.이날 서 원장의 예방과 관련해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정례 기자회견에서 "아베 총리가 서 원장에게 '남북 정상회담을 포함해 남북간의 협의가 북미간의 합의 이행을 위한 구체적인 행동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