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익명칼럼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난맥상을 폭로한 고위관리의 정체를 둘러싸고 워싱턴 관가가 ‘진실게임’을 벌이고 있다.

칼럼의 파문이 커지자 줄잡아 20명이 넘는 트럼프 행정부 관료가 6일 성명이나 공개발언을 통해 ‘난 필자가 아니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익명칼럼의 주인공을 둘러싼 추측이 난무하면서 트럼프 행정부 전체가 뒤숭숭한 분위기다. 특히 유명 저널리스트 밥 우드워드의 신간 '공포: 백악관의 트럼프'에 나오는 트럼프 대통령 관련 부정적인 비화(秘話)도 여전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트럼프 비판 칼럼 쓴 고위관리는 누구? 워싱턴은 지금 '진실게임 중'
이날 자신이 익명 칼럼의 필자가 아니라고 밝힌 관료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부 장관, 스티브 므누신 재무부 장관, 커스텐 닐슨 국토안보부 장관, 댄 코츠 국가정보국장, 릭 페리 에너지부 장관, 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 일레인 차오 교통부 장관, 알렉스 에이자 보건복지부 장관, 벤 카슨 주택도시개발부 장관, 믹 멀베이니 백악관 예산관리국장 등이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 폴 나카소네 국가안보국장, 벳시 디보스 교육부 장관도 대열에 합류했다. 중앙정보국(CIA) 대변인은 지나 헤스펠 국장도 필자가 아니라고 부인했다. 린다 맥마흔 중소기업청장은 트위터에 자신은 칼럼 필자가 아니라는 글을 올렸으며, 아지트 파이 연방통신위원회 위원장도 대변인을 통해 자신은 기고자가 아니라고 밝혔다. CNN은 알렉스 아코스타 노동부 장관과 로버트 윌키 보훈장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 대표도 부인했다고 보도했다. 돈 맥건 백악관 법률고문도 CBS 뉴스에 해당 칼럼은 자신이 쓴 게 아니라고 말했다.

익명의 칼럼 작성자를 비난하고 사임을 촉구하면서 자신의 충성심을 확인하는 고위 관료들도 많았다.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플로리다 올랜도에서 기자들에게 “뛰어난 리더십을 가진 대통령을 비방하는 익명칼럼을 쓴 사람은 누구일지라도 이 행정부에서 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펜스 부통령은 이 칼럼에서 인용된 ‘lodestar’(북극성)라는 단어를 평소 연설에서 종종 사용해 연관성이 있는 게 아니냐는 추정이 제기됐으나 이를 부인했다.

사모아를 방문 중인 라이언 징크 내무부 장관은 트위터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훌륭한 리더라고 추켜세우면서 “칼럼을 쓴 사람이 누구든 부정직과 비겁함을 부끄러워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앤드루 휠러 환경보호청(EPA) 청장대행도 대변인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을 100% 지지한다”며 “그 칼럼을 쓴 사람이 누구이건 간에 사임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퍼스트레이디 멜라니아 여사도 성명을 내 “당신(칼럼 필자)은 이 나라를 보호하지 않고 비겁한 행동으로 파괴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신원을 밝히지 않은 언론 보도에 대해 개탄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매티스 국방장관의 교체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와 트럼프 행정부 내 균열설을 더욱 증폭시켰다.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인 조시 로긴은 백악관과 정부 내에서 매티스 장관이 수 개월 내에 그만둘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으며, 백악관이 그 후임을 물색 중이라고 전했다. 밥 우드워드가 신간에서 매티스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초등학교 5∼6학년 수준의 이해력을 갖고 있다”고 혹평했다고 한 내용이 보도된 지 하루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매티스 장관 교체설을 부인했다. 의회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5일 백악관에서 공화당 지도부와 만난 자리에서 “그(매티스)는 계속 머무를 것이다. 우리는 그와 함께해서 매우 행복하다”며 “우리는 많은 승리의 경험이 있고, 그는 전 세계에서 매우 존경받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