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국가에 대한 중국의 대규모 자금 지원이 이들 국가를 ‘부채 함정’에 빠뜨릴 위험이 크다는 경고가 미 정부내에서 나왔다.

5일 프랑스 국제라디오방송(RFI)에 따르면 주중 미국대사관은 이날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계정에 중국의 대 아프리카 지원의 문제점을 지적한 미국 하버드대 보고서를 올렸다. 보고서는 “부채 함정식 외교의 덫에 걸린 피해국들은 어쩔 수 없이 채권국 방침에 따를 수 밖에 없다”면서 “채권국은 채무를 이용해 전략적인 목표를 실현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채무를 상환할 능력이 없는 국가에 차관을 제공한 뒤 이를 통해 정치·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해왔다는 것이다.

중국이 2000년부터 2016년까지 아프리카에 제공한 차관은 1250억달러(약 140조원)에 달한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3~4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 정상회의에서 앞으로 3년간 600억달러를 추가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실제 세계 곳곳에선 중국의 차관을 갚지 못해 벼랑 끝에 몰린 국가들이 속출하고 있다. 스리랑카가 대표적이다. 스리랑카 정부는 중국의 지원을 받아 남부에 함반토타 항을 건설했지만 빚을 갚지 못하자 작년에 항구 지분의 80%와 99년간의 운영권을 중국에 넘겼다. 파키스탄은 철도 고속도로 송유관 통신망을 까는 사업비를 중국에서 빌렸다가 외환위기에 내몰렸다.

아프리카 역시 마찬가지다. 아프리카 동부의 지부티는 지난해 중국에 대한 채무가 국내총생산(GDP)의 100%에 이르자 중국에 해군기지 건설을 승인했다. 보고서는 이들 국가 외에도 케냐 필리핀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라오스 파루아뉴기니 팔라우공화국 등이 부채 함정 외교에 걸려들었다며 향후 피해국들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쉬징후 중국 정부 아프리카사무 특별대표는 아프리카의 채무 부담이 높아질 것이라는 국제사회의 우려를 반박했다. 그는 “아프리카 국가의 채무는 과거부터 장기간 누적된 것”이라며 “중국이 아프리카의 최대 채권국도 아니기 때문에 아프리카 부채 문제를 중국으로 돌리는 것은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