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대규모 아프리카 원조에 미국이 '채무함정'의 위험성을 경고하면서 미중 간 무역전쟁이 아프리카로 전장을 확대하고 있다고 프랑스 국제라디오방송(RFI)이 5일 보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주중 미국대사관은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계정을 통해 하버드대 보고서를 인용, '채무함정 외교'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하버드대 샘 파커 교수와 가브리엘 체피츠 교수가 작성한 이 보고서는 '채무함정식 외교'의 피해자들이 부득이 채권국 방침에 따를 수밖에 없다면서 채권국은 채무를 이용해 전략목표를 실현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과거 10년간 중국은 상환이 불가능한 국가에 수천억 달러의 차관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해왔다고 지적했다.

그 사례로 스리랑카 정부는 남부 함반토타 항을 중국으로부터 돈을 빌려 조성했지만 빚을 갚지 못하자 작년에 항구 운영권을 99년간 중국에 넘겨 주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또 아프리카 동부의 지부티는 지난해 대외채무가 국내총생산(GDP)의 100%에 이르면서 중국에 해군기지 건설을 승인했다.

이 보고서는 '채무함정식 외교'의 피해자들은 지부티, 케냐, 필리핀,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파키스탄, 라오스, 스리랑카, 파푸아뉴기니, 팔라우공화국 등에 이르며 말레이시아는 최근 마하티르 모하맛 총리가 중국자본이 투입된 3건의 프로젝트를 취소했다고 밝혔다.

미국 대사관이 게재한 이 보고서에는 미국을 비난하고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의 아프리카 외교를 옹호하는 수천개의 댓글이 붙었다.

중국이 관영매체의 관련기사에는 댓글을 올릴 수 없도록 했지만 미국 대사관의 웨이보에는 댓글을 올릴 수 있게 했다고 이 매체는 밝혔다.

이에 앞서 전날 폐막한 '중-아프리카 협력포럼 정상회의'에서 시 주석은 아프리카에 600억달러(약 66조7천500억원) 규모의 원조를 발표했다.

중국정부 아프리카사무 특별대표인 쉬징후(許鏡湖)는 아프리카의 채무부담이 높아질 것이라는 국제사회의 우려에 대해 중국은 아프리카 발전을 지원하고 부담을 가중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쉬 대표는 아프리카 국가의 채무는 과거부터 장기간 누적된 것이며 중국이 아프리카의 최대 채권국은 아니라면서 아프리카 채무문제를 중국으로 돌리는 것은 근거 없는 행위라고 밝혔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5월 사하라 이남 국가들의 경제가 성장하고 있지만 대규모 기채로 적자가 확대되고 있으며 채무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IMF는 이들 지역 저소득국가의 40%는 이미 채무함정에 빠지거나 고위험 국가에 편입돼 기채비용이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에 체류하는 경제학자인 허칭롄(何淸漣)은 트윗을 통해 아프리카가 이미 중미 무역전쟁의 제2 각축장이 되고 있다고 논평하고 중국이 이번 포럼에서 대규모 지원을 발표한 것은 미국의 아프리카 전략에 대응하는 의미와 함께 아프리카로 수출대체, 그리고 위안화의 국제화를 통해 달러화 압력을 경감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