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장관 전격 사임·유명인 공동성명 통해 환경정책 비판
환경단체들 "기후변화 문제에 한 일 없어" 마크롱에 직격탄


프랑스 사회가 환경문제로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지난해 5월 취임 후 최저 지지율에 시달리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기후변화 문제에 거의 한 일이 없다는 강한 비난까지 터져 나오면서 설상가상인 처지다.



이번에 환경문제가 급부상한 것은 니콜라 윌로 환경장관이 지난달 28일(이하 현지시간) 원전 등 환경정책을 둘러싼 갈등을 이유로 전격적으로 사임한 것이 계기가 됐다.

윌로 장관은 특히 마크롱 대통령이나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에게 사의도 밝히지 않은 채 라디오 출연 중 '폭탄선언'을 해 국민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윌로 장관은 이 자리에서 환경문제에 관한 한 내각에서 항상 혼자였다며 정부가 강력한 로비단체들의 노예가 되고 있고 기후변화문제에 미세한 조치만을 취하고 있다는 불만을 쏟아냈다.

윌로는 취임 전에 환경운동가이자 환경·생태관련 다큐멘터리 제작자, 방송 진행자 등으로 대중적 인지도가 높았던 만큼 마크롱에게는 타격이 불가피한 셈이다.

사퇴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프랑스와 영국, 미국 등 서방의 유명 배우와 감독 등 예술가 200인은 지난 4일 환경 보호를 모든 국가 정책의 최우선순위에 놓아야 한다는 공동성명을 내면서 환경문제를 재차 부각시켰다.

쥘리에트 비노슈, 알랭 들롱, 팀 로빈스 등은 프랑스 유력지 르 몽드를 통해 "환경문제는 인류 역사상 가장 큰 도전"이라면서 "정치권력이 더욱 결연하고 즉각적으로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들은 윌로 장관이 사임한 지 며칠 되지 않은 상황에서 함께 목소리를 내게 됐다며 공동성명 발표가 윌로의 사임과 관련이 있음을 시사했다.



다급해진 마크롱 대통령은 68 학생운동(68혁명)의 주역 다니엘 콘벤디트(73)를 지난 2일 직접 만나 환경장관직을 제안했으나 거절을 당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결국 4일 녹색당 출신으로 하원의장인 프랑수아 드 뤼지(44)를 새 환경장관에 임명했다.

녹색당 소속으로 2선 의원을 지낸 드 뤼지는 지난해 초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한 신당에 합류했으며, 강한 원전 반대론자로 평가된다.

그러나 프랑스 환경단체들은 드 뤼지의 기용에도 정부의 환경정책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여전히 따가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일간 가디언은 5일 보도했다.

환경단체들은 마크롱 대통령이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하는 일이 거의 없다며 "지구를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약속을 지키려면 환경정책을 근본적으로 되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의 프랑스 지부 책임자인 장 프랑수아 쥘리아르는 "환경은 마크롱 대통령과 필리프 총리에게 우선순위가 아니고 단지 겉치레일 뿐"이라며 드 뤼지 신임장관도 임명권자의 목소리만 낼 것이라고 우려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당시 환경문제를 주요 공약으로 내걸지는 않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파리기후협정 탈퇴를 결정한 이후 이에 맞서 환경정책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 정부는 지난해 11월, 전 정부가 마련한 전력 생산 중 원전 비중을 75%에서 2025년까지 50%로 줄이는 일정을 다소 미루기로 했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원전 비중 축소 목표가 상충한다는 이유에서다.

마크롱 대통령은 경제성장이 더딘 데다 "부자들의 대통령"으로 일반 국민의 관심사를 챙기지 않는다는 비판에 휩쓸리면서 지지율이 30% 정도에 그치고 있다.

이 지지율은 역대 가장 인기 없는 대통령으로 꼽힌 전임자 프랑수아 올랑드의 집권 후 같은 시기 지지도보다도 낮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