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재정 어렵다" 내년 공무원 임금 인상 제동… 민주당 "부자감세 해놓고" 비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년도 연방공무원 임금 인상에 제동을 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의회 지도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군인을 제외한 연방공무원의 내년도 임금 인상률을 제로(0%)로 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연방공무원 임금은 의회가 특별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내년에 2.1% 자동인상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한에서 “우리는 국가가 재정적으로 지속 가능하도록 노력을 유지해야 하지만, 연방기관 예산은 이런 증가(임금인상)를 지탱할 수 없다”고 이번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공복지에 영향을 미치는 국가비상사태나 심각한 경제 위기시 대통령이 임금안을 수정할 수 있다’는 정부조직법을 근거로 제시하기도 했다. 임금 동결에 따른 구체적인 재정절감액은 제시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서한에서 “우리의 재정 상황에 비춰볼 때 연방정부 공무원 임금은 성과 중심이어야 한다”며 “공무원 임금은 성과가 좋고 핵심 역량을 가진 직원을 채용, 유지, 보상하는 방향으로 전략적으로 조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공무원 임금 체계 변화를 주문한 것이다.

하지만 미 연방공무원의 내년도 임금인상률은 최종적으로 의회에 달려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서한에 상관없이 미 의회가 연방공무원의 임금을 결정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 상원은 연방공무원의 내년도 임금을 1.9% 인상하는 법안을 승인한 반면 하원 예산안에는 임금 인상이 반영되지 않은 상태라고 NYT는 전했다.

연방공무원 노조는 트럼프 대통령의 서한에 즉각 반발했다. 데이비드 콕스 미국연방공무원노조 대표는 성명을 통해 “(임금 인상을 막는건)연방공무원들이 2010년 초보다 재정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란 사실을 무시하는 조치”라고 주장했다. 야당인 민주당 내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부자 감세’로 재정적자를 키우면서 연방공무원 임금을 줄이려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