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배터리 몽니'에… GM, 전기차 사업 비상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중국에서 전기자동차를 생산하려던 계획이 위기에 처했다. 품질이 떨어지는데도 중국 정부가 중국산 배터리를 탑재하도록 강요하자 GM은 전기차 양산 일정을 무기 연기했다. 중국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시진핑(習近平) 정부의 ‘몽니’에 외국 기업들 피해가 커지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GM이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전기차 볼트의 중국 현지 모델인 뷰익 벨리트6 생산을 다음달 시작할 계획이었지만 이를 무기한 연기했다고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 배터리 제조업체 A123시스템즈가 공급한 배터리가 GM의 품질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서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배터리는 쉽게 교체할 수 없는 복잡한 부품이어서 밸리트6 생산 시기가 상당히 늦춰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내년 초 순수 전기차 생산에 들어간다는 GM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001년 미국 미시간주에 설립된 2차전지 회사인 A123시스템즈는 경영난을 겪다 2013년 중국 완샹그룹에 인수됐다. 현재는 중국 항저우에만 생산공장을 두고 있다.

GM이 중국 정부의 전기차 의무판매 규정을 지키려다 되레 위기를 맞았다는 지적이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내년부터 중국에서 연간 3만 대 이상의 자동차를 생산하는 기업은 일정 비율 이상을 전기차로 채워야 한다. 전기차 생산 비율은 내년엔 10%, 2020년에는 12%까지 확대하도록 했다.

GM이 배터리를 제때 공급받지 못하면 중국 정부가 요구하는 전기차 생산 목표량을 맞추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GM은 중국에서 연간 400만 대의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다. 이를 고려하면 내년에 40만 대가량의 전기차를 생산해야 한다. 의무 생산량을 채우지 못하면 다른 기업으로부터 크레디트를 구입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GM의 중국 내 전기차 생산 차질은 근본적으로 한국 배터리 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견제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한다. GM은 당초 LG화학 배터리 제품을 쓰려고 했지만 중국 정부는 2016년 당국이 승인한 업체의 배터리만 사용하도록 명령했다. 중국 정부가 허가한 업체는 모두 중국 기업들이다. GM은 결국 LG화학 대신 A123시스템즈로 공급 업체를 바꿨다.

중국 정부는 지리자동차가 인수한 볼보에 대해서만 예외를 인정했다. 볼보는 LG화학과 맺은 기술 라이선스를 통해 제작한 배터리를 장착할 수 있다. WSJ는 “해외 기업에는 중국 업체가 생산한 배터리를 사용토록 강요하면서 중국 자동차 회사엔 특혜를 주고 있다”며 “이런 조치가 미국이 중국과 통상전쟁을 벌이는 요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은 중국의 전기차 보급 규정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 품질이 떨어지는 중국산 배터리를 사용하면 국제적인 안전성 기준 등을 맞추기 어려워서다. 이에 따라 대다수 글로벌 자동차 기업이 전기차 의무 생산량을 채우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토머스 바레라 미국 LIB-X컨설팅 대표는 “중국이 배터리 기술 개발을 서두르고 있지만 품질 및 안전성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