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생산 공장을 지은 뒤 상품을 만들어 자국으로 수입하는 중국 제조업체들이 늘고 있다. 중국 중산층 소득이 증가하면서 품질이 좋은 일본산 제품 인기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현지시간) 일본 정부 자료를 인용해 “중국 주요 도시와 홍콩에 본사를 둔 기업 중 일본에 생산 시설을 운영하는 업체는 지난해 3월 기준 49곳으로 5년 새 두 배 늘었다”고 보도했다. 기저귀, 칫솔, 화장품 등 생활용품부터 가전제품까지 ‘메이드 인 재팬’ 라벨을 붙인 상품의 선호도가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상하이에 본사를 둔 칫솔 제조업체 센싱브러시는 일본 오사카 공장에서 매달 5만 개가량의 칫솔을 중국으로 수입하고 있다. 개당 5달러로 다소 비싼 편이지만 장둥닷컴 등 온라인 쇼핑몰에서 인기다. 센싱브러시 관계자는 “중국인의 생활 수준이 향상되면서 품질이 좋다고 평가받는 일본산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많아졌다”고 전했다. 인건비 절감을 위해 일본에 있던 제조 공장을 중국이나 베트남으로 이전한 중국 기업들도 다시 일본에 설비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일본 기업들도 중국으로 수출하기 위해 자국 내 생산 설비를 늘리고 있다. 일본 화장품 제조업체 시세이도는 1983년 이후 처음으로 일본 현지 생산 설비 투자를 재개했다. 일본 내 판매량이 줄면서 2004년 6개였던 생산 라인을 2015년 3개로 줄였으나 2020년까지 2개 공장을 신설하기로 했다. 지난해 시세이도의 중국 매출은 20% 증가했다. 카시오컴퓨터도 중국에 시계 판매를 늘리기 위해 일본 공장 생산량을 늘렸다. WSJ는 “일본은 그동안 중국이 독자적으로 만들 수 없는 첨단 장비와 부품을 수출해왔으나 지금은 소비재 수출 위주로 시장이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