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무역전쟁 심화 준비한다는 중국 당국의 분명한 신호"
"중국, 장기적 전투 준비…신냉전이라는 최악 시나리오도 상정"


중국 관영 매체들이 최근 들어 미·중 무역전쟁과 관련한 '전략적 확신'이나 '전략적 인내'를 강조하는 데는 무역전쟁의 심화를 내다보고 장기전을 준비하는 중국 정부의 시각이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왔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30일 전문가들을 인용해 무역전쟁 대응과 관련해 전략적 확신을 요구하는 중국 관영 매체들의 논설은 중국 당국이 싸움이 심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는 분명한 신호라고 보도했다.

앞서 중국 국무원 산하 싱크탱크인 발전연구센터의 룽궈창(隆國强) 부주임은 29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人民日報)에 기고한 글을 통해 무역전쟁에 대처하는 데 있어 전략적 확신과 전략적 인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룽 부주임은 기고문에서 "미국에 있어 무역전쟁은 단순히 더 많은 경제적 이득을 얻어내려는 조치가 아니다"라면서 "그것은 중국을 억제하기 위한 중요한 전략"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무역전쟁을 적절하게 다루는 것은 중국의 미래 발전 및 개혁과 연결돼 있다면서 전략적 확신, 결단, 인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무역전쟁이 끝나면 미·중 관계에는 '근본적인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중국 매체 '전략적 확신론' 왜 꺼냈나… "무역전쟁 장기전 포석"
룽 부주임의 기고문은 인민일보가 한 달가량 연속으로 게재하고 있는 무역전쟁 관련 글들의 하나다.

이들 기고문은 과연 중국 경제가 미국의 압력을 견뎌낼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을 잠재우기 위해 기획된 것이다.

지난 10일 자의 기고문도 무역전쟁에 대해 중국의 공격적인 외교정책의 산물이 아니라 중국을 겨냥한 미국 견제 전략의 일환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 기고문은 또한 중국이 과거 구(舊)소련이나 일본과 같이 미국의 압력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관영 매체를 통한 이런 강경 주장에는 장기전을 대비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한다.

왕용 베이징대 교수는 "중국 당국이 무역전쟁을 무역갈등으로 보는 시각에서 (미·중) 전략적 경쟁의 일부분으로 보는 쪽으로 입장을 바꾼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제 중국은 더욱 장기적인 전투를 준비하고 있으며 '신냉전'이나, 심지어 '무력 전쟁'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우신보(吳心伯) 상하이 푸단대 미국연구센터 주임도 중국 당국이 미국과의 긴장이 격화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려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관영 매체들이 공식적으로 무역전쟁을 다룬다는 것은 중국 당국이 무역전쟁의 심화를 예상하고 있다는 분명한 신호"라면서 미 중간 무역갈등이 정치, 안보 분야로 확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