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두아르 필리프 총리 "연금·수당·공무원까지… 가능한건 다 줄인다"
프랑스 정부가 복지 예산 구조조정과 공공부문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방만하고 비효율적인 복지 예산 집행으로 재정적자는 늘어나지만 정작 혜택을 받아야 할 빈곤층에는 충분한 지원이 안 돌아가고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프랑스 정부는 연금 인상폭을 줄이고, 불요불급한 공공부문 일자리를 감축하는 개혁에 나설 방침이다.

에두아르 필리프 프랑스 총리(사진)는 26일(현지시간) 주간지 ‘주르날 뒤 디망슈’와의 인터뷰에서 “복지 예산을 구조조정하겠다. 인기가 떨어지더라도 개혁을 밀고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복지 예산 구조조정 계획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지난해 5월 취임 후 추진하고 있는 개혁 정책의 연장선에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실업자에겐 수당 지급을 중단하기로 했고, 임기 내 공공부문 인력 12만 명을 줄이겠다고 공약했다. 직종별로 나뉜 연금을 통합해 공무원과 고소득 직종의 연금 수급액을 줄이는 정책도 추진 중이다.

필리프 총리는 “일부 사회보장 급여 인상 폭을 최소화할 계획”이라며 “내년 주택수당과 가족수당을 올해보다 0.3%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인상률은 올해 물가상승률 1.8%보다 낮은 것”이라며 “2020년에도 0.3%만 증액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프랑스 정부는 연금 지급액을 물가에 연동시키는 제도를 폐지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물가 상승에 따라 연금도 자동으로 오르게 돼 있는 것을 앞으로는 물가가 올라도 연금 인상은 억제할 수 있도록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장기적으로 실업수당 축소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필리프 총리는 “공공부문 인력을 감축하겠다”며 “올해 1600명에 이어 내년 4500명, 내후년 1만 명을 줄일 방침”이라고 말했다. 다만 “경찰 등 인력이 필요한 분야는 신규 채용하겠다”고 덧붙였다.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 "연금·수당·공무원까지… 가능한건 다 줄인다"
프랑스는 경제성장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 예산 구조조정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2.2%로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올 2분기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1.7%로 낮아졌다. 최근 프랑스 정부는 내년 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하면서 경제성장률을 1.7%로 잡았다. 지난 4월 제시했던 예상치 1.9%보다 0.2%포인트 낮췄다.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는 만큼 세수가 감소해 재정적자는 늘어날 전망이다. 프랑스 정부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를 지난해 2.6%에서 올해 2.3%로 줄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프랑스 경제 일간지 레제코는 올해 GDP 대비 재정적자가 지난해와 같은 2.6%에 이르고, 내년엔 3.0%로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프랑스 정부는 재정적자 부담에도 법인세 인하 등 감세정책은 계속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필리프 총리는 “감세정책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 지출을 아껴 재정적자를 줄이겠다”고 강조했다.

빈곤층과 노인, 장애인 등에 대한 지원은 늘린다는 방침이다. 필리프 총리는 “취약계층에 지급하는 수당은 대폭 늘리겠다”면서도 “그러나 조건을 따지지 않고 모두에게 혜택을 주는 정책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