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세상을 떠난 존 매케인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을 추모하는 열기가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26일 워싱턴DC 의회의사당 인근에 조기가 펄럭이고 있다. 생전 매케인 의원이 업무를 본 애리조나주 피닉스 사무실 앞에 사진과 꽃(작은 사진)이 놓여 있다. 그는 메릴랜드주 해군사관학교 묘지에 안장될 예정이다.
미국 보수를 대표하는 원로 정치인 존 매케인 미 공화당 상원의원이 뇌종양 투병 끝에 25일(현지시간) 타계했다. 향년 81세.매케인 의원실은 이날 “60년간 미국을 위해 일한 매케인 의원이 애리조나주 히든밸리의 자택에서 부인 신디 매케인과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뒀다”고 전했다. 지난해 7월 뇌종양 판정을 받은 매케인 의원은 그해 말부터 의회에 출석하지 않고 치료에 전념했으나 차도를 보지 못했다.매케인 의원은 1936년 미국령 파나마 운하의 코코솔로 해군기지에서 태어났다. 군인 집안 출신으로 22년간 미 해군에 복무하며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고 5년5개월간 포로 생활을 했다. 당시 월맹군은 고인이 해군 사령관의 아들임을 알고 협상용 카드로 조기 석방을 제안했으나 그는 “앞서 붙잡힌 포로들보다 먼저 풀려날 수 없다”고 거절했다. 이 일화가 알려지면서 ‘전쟁 영웅’으로 대중에게 유명해졌다. 그는 “수감 시절 나의 조국과 사랑에 빠졌다”며 “나는 스스로가 아닌 국가의 것”이라고 회고했다.퇴역 후 고인은 1982년 애리조나주 공화당 하원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해 재선에 성공했고 1986년 상원의원에 당선돼 내리 6선을 지냈다. 그는 당리당략에 얽매이지 않고 원칙과 소신을 강조한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때로는 거친 돌발 발언으로 화제를 모으면서 개성이 강한 사람을 뜻하는 ‘매버릭’이라는 별칭이 따라 붙었다. 뉴욕타임스는 “그는 공화당 소속이었으나 좌, 우를 넘나들며 때로는 민주당원들과도 타협할 줄 아는 인물이었다”고 평가했다.고인은 2000년부터 미 대통령 선거에 뛰어들었으나 당선과 인연이 없었다. 그해 당내 경선에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에게 후보 자리를 내줬고 2008년에는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지명됐으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게 패했다. 2015년 대선에서는 당내 경선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경쟁했으나 후보로 뽑히지 못했다.그의 별세 소식이 전해지자 애도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생전 그와 껄끄러운 관계에 있었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매케인 의원의 가족에게 가장 깊은 연민과 존경을 전한다”고 밝혔다. 오바마, 조지 W 부시, 빌 클린턴, 지미 카터 등 역대 미국 대통령들은 “최고의 애국자를 잃었다”며 잇따라 조의를 전했다.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매케인 상원의원은 자유를 향한 미국의 가치를 상징하는 인물이었다”며 “강인한 정신으로 병을 이겨내리라 믿었지만 이제 다시는 만날 수 없게 됐다”고 애도를 표했다. 문 대통령은 “고인은 한·미동맹의 굳은 지지자이며 양국 간 협력을 위해 노력해 왔다”며 “작년 워싱턴DC 방문 때 방미 지지결의안을 주도했고 미 상원의원과의 면담도 이끌어줬다”고 고인을 추억했다.김형규/손성태 기자 khk@hankyung.com
로이터 "초청되지 않을 것"…AFP "매케인, 트럼프 참석 원치 않았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별세한 존 매케인(공화·애리조나) 상원의원의 장례식에 초청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현직 대통령이 같은 당 소속 원로 정치인의 장례식에 초청받지 못한다면 이는 분명 이례적이다.하지만 서로를 향해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고 자주 '가시 돋친 말'을 주고 받았던 두 사람의 평소 관계를 감안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를 두고 있다.로이터통신은 매케인 의원과 가까운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은 장례식에 초청되지 않을 것이라고 이날 전했다.앞서 매케인의 가까운 지인들은 그의 별세 때 트럼프 대통령 대신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초청하겠다는 의사를 백악관에 전달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지난 5월 보도하기도 했다.AFP통신도 매케인 의원은 자신의 장례식에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주변에 알렸다고 이날 전했다.두 사람의 악연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출마를 선언한 2015년 이후 시작됐다.매케인은 같은 당 소속이었지만 살아온 이력이나 성향, 그리고 지향하는 가치가 크게 달랐던 트럼프 대통령이 대권에 도전하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겼다.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2015년 6월 많은 멕시코 이민자들이 '성폭행범'이었다는 발언을 하자 이민자에 우호적이었던 매케인은 부적절한 용어라고 비판했다.그러자 트럼프 당시 후보는 다시 매케인이 해군사관학교를 간신히 졸업한 '멍청이'라고 비난했다.전쟁영웅에서 성공한 정치인으로 변신한 매케인의 과거 전쟁포로 경력을 놓고도 두 사람 사이에 날 선 대화가 오갔다.트럼프는 2015년 당내 경선 과정에서 매케인을 가리켜 "그는 붙잡혔기 때문에 전쟁영웅이 아니다"라고 깎아내렸다.그러면서 "나는 붙잡히지 않은 사람을 좋아한다"고 말해, 퇴역군인 단체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최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 상원 군사위원장인 매케인 상원의원의 이름을 딴 국방수권법에 서명하면서 정작 그의 이름은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아 가슴 밑바닥에 자리잡은 앙금을 드러내기도 했다.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매케인의 별세 소식이 알려지자 곧바로 트위터에 "매케인 의원의 가족에게 가장 깊은 연민과 존경을 전한다"며 애도의 뜻을 표했다.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에게 싸늘한 매케인이었지만 2008년 대선에서 맞붙었던 민주당 오바마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존중하는 태도를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매케인 의원은 2008년 대선 당시 한 공화당 유권자가 인종과 급진적 성향을 문제삼아 '오바마는 아랍인이 아니냐'고 묻자 "그는 점잖은 가족의 구성원이자 훌륭한 시민이다"라고 답변하기도 했다./연합뉴스
"고인이 추구한 자유·평화, 한반도 넘어 전 세계에 뿌리내리길 기원"문재인 대통령은 26일 존 매케인 미국 상원의원의 별세 소식을 접하고 "고인이 추구했던 자유와 평화가 한반도를 넘어 전 세계에 뿌리내릴 수 있기를 기원한다"며 애도의 뜻을 표했다.문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자유를 향한 미국의 가치를 상징하는 인물이었다"며 "강인한 정신으로 병을 이겨내리라 믿었지만 이제 다시는 만날 수 없게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문 대통령은 "고인은 한미동맹의 굳은 지지자이며 양국 간 협력을 위해 노력해 왔다"며 "작년 워싱턴 방문 때 방미 지지결의안을 주도했고 미 상원의원들과의 면담도 이끌어줬다"고 떠올렸다.그러면서 "평화의 한반도로 가기 위한 첫걸음에 큰 힘이 됐다"며 "대한민국에 대한 관심과 우정, 따뜻한 미소를 잊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문 대통령은 "오직 국가를 위해 한 길을 걸었던 고인의 삶은 우리로 하여금 애국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한다"며 "고인을 애도하며, 유가족과 고인을 기리는 모든 이들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덧붙였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