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사진)이 지난 24일 ‘점진적인 기준금리 인상’ 방침을 재확인했다. 미국 경제가 호황인 만큼 경기가 과열되지 않도록 기준금리를 올리되 너무 빠른 속도로 금리를 올려 경기를 위축시키는 실수는 범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시장에선 파월 의장이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 성향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파월 의장은 이날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경제정책 심포지엄(잭슨홀 미팅) 연설에서 “최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성명에서 시사했듯이 소득과 일자리가 강한 증가세를 지속한다면 기준금리를 추가적이고 점진적으로 올리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잭슨홀 미팅은 캔자스시티연방은행이 매년 8월 Fed를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와 경제 전문가들을 초청해 여는 행사다. 여기서 하는 Fed 의장의 연설은 미국 통화정책의 바로미터로 여겨진다.

파월 의장은 “중앙은행은 경기 확장을 중단하지 않아야 할 뿐만 아니라 경기 과열을 막는 방어벽 역할도 해야 한다”며 “점진적인 금리 인상이 두 가지 위험을 관리하는 접근법”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비판에도 긴축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Fed는 경제성장을 둔화시키는 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며 파월 의장을 직접적으로 비판했다.
파월 Fed 의장 "美 경제 강력… 과열 조짐은 없다"
시장 전문가들은 파월 의장이 ‘점진적인’ 금리 인상을 강조했다는 점에 무게를 뒀다. 파월 의장은 “최근 물가상승률이 2%까지 높아졌지만 2%를 넘어 급격히 오를 것이라는 분명한 신호는 보이지 않는다”며 “경기 과열 위험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시장 분위기를 깨는 급격한 금리 인상은 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브리클린 드와이어 BNP파리바 선임이코노미스트는 “Fed가 앞으로 금리 인상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겠다고 한 점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존 브릭스 나트웨스트마켓 투자전략가는 “파월 의장이 ‘골디락스(goldilocks) 경제’(지나친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경제성장세를 유지하는 이상적인 상황의 경제상태)를 찾아 나섰다”고 평가했다.

파월 의장의 발언이 비둘기파에 가까운 것으로 해석되면서 24일 뉴욕증시의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파월 의장은 미국 경제에 대한 낙관론을 유지했다. 그는 “경제가 강하고 일자리를 원하는 사람 대부분이 일자리를 갖고 있다”며 “지속적인 성장, 탄탄한 노동시장, 2% 근처의 물가상승률을 뒷받침하는 정책을 펴겠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경기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Fed 통계조사국은 파월 의장 연설에 앞서 발표한 보고서에서 “실업률이 계속 하락하면 임금이 상승해 물가가 오를 것”이라며 “현재 통화정책은 실업률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너무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통화정책이 효과를 내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물가 상승이 가시화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금리를 올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파월 의장도 “경제 환경 변화로 중립 금리와 실업률 등의 변수를 활용해 통화정책을 결정하기가 어려워졌다”고 토로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