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 취소는 지난 24일 발표 직전까지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 대북 라인에 있는 소수 참모를 제외하고는 아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극비리에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댄 스커비노 백악관 소셜미디어 국장이 이날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이 취소된 뒤 트위터에 올린 사진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결정을 위해 호출한 대북 정책 핵심 브레인 ‘5인방’의 면면이 드러난다. 스커비노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오늘 오후 집무실에서 북한에 관한 회의를 주재했다”며 마이크 펜스 부통령, 판문점 미·북 실무회담의 미국 측 대표였던 성 김 주(駐)필리핀 미국대사, 폼페이오 장관, 스티브 비건 신임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앤드루 김 미 중앙정보국(CIA) 코리아임무센터(KMC) 센터장 등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마주 앉아 대화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CNN 등 미국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취소 내용을 담은 트윗을 올리기 두 시간 전 폼페이오 장관과 앤드루 김 센터장이 백악관 집무동인 웨스트윙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포착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폼페이오 장관에게 북한에 가지 말 것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출장으로 회의에 직접 참석하지 못한 ‘대북 강경파’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스피커 폰을 통해 이날 회의에 참석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방북 취소 트윗을 올리기 전 함께 문구를 다듬은 것으로 알려졌다. 새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트윗을 올릴 때 폼페이오 장관도 그 방에 있었다”고 말했다.

대북 협상을 준비하던 백악관 핵심 관료의 상당수는 방북 취소 사실을 언론 보도를 통해 안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고위 외교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이 뜨기 10분 전까지도 국무부 관료들은 동맹국 대사관에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목적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