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적 인플레 속 2014년 이래 230만 엑소더스
주변국과 마찰, 브라질 북부 난민 수용소 공격
쫓겨나는 베네수엘라 난민들…UN 국경 개방 요청
베네수엘라 난민 시설을 공격하는 브라질 주민들. 사진= 연합뉴스

베네수엘라 난민 시설을 공격하는 브라질 주민들. 사진= 연합뉴스

베네수엘라 국민의 해외 탈출(엑소더스)이 2014년 이후 230만명에 달하면서 제2의 유럽 난민 사태로 번지고 있다고 유엔(UN)이 공식 경고했다. 베네수엘라는 지난 수년 간 불안한 정치 상황 아래 살인적 물가상승으로 생활고를 이기지 못한 국민들이 육로로 접경국인 콜롬비아 브라질 등으로 넘어간 뒤 페루와 에콰도르, 칠레 등지로 이동하고 있다.

유엔 산하 국제이주기구(IOM) 조엘 밀맨 대변인은 24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베네수엘라 사태는 세계의 다른 지역, 특히 지중해에서 우리가 목격했던 위기의 순간을 향해 가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유럽 난민 사태는 2000년부터 2017년 상반기까지 정치적 폭압과 전쟁, 가난을 피해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등지 난민이 목숨을 걸고 지중해 바다를 넘어 유럽 국가로 망명한 사태를 말한다. 2014년에만 유럽으로 흘러든 난민이 62만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5년 4월 지중해를 건너던 난민 2000명을 태운 난민선 5척이 한꺼번에 난파당하면서 1200명 이상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하면서 세계적인 공분을 샀다. IOM에 따르면 지난 2000년부터 2017년 상반기까지 지중해를 통해 유럽으로 향하던 난민과 불법 이주민 가운데 바다에서 목숨을 잃거나 실종된 사람은 최소 3만3000명에 달한다.

베네수엘라 엑소더스가 이 유럽 난민사태에 버금갈 수 있다는 우려를 UN이 공개적으로 표명한 것이다. 유엔 산하 IOM은 베네수엘라 주변 국가가 국경을 계속 개방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남미 인근 나라 주민들 역시 유럽 난민 사태처럼 베네수엘라 국민의 월경을 반기지 않고 있다. 지난 18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국민들이 인접국 브라질로 넘어가는 상황에서 입국을 저지하는 브라질 북부 주민들과 충돌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브라질 북부 호라이마주 국경도시 파카라이마시 주민들은 이 지역에 설치된 베네수엘라 난민 임시 거주시설을 공격, 난민들의 가재도구 등을 부수기도 했다. 이 일로 난민 1200여 명이 국경을 넘어 베네수엘라로 쫒겨났다.

에콰도르와 페루는 이달부터 국경 검문 때 신분증 외에 여권 소지를 의무화하며 베네수엘라 난민 유입을 봉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럽 국가들처럼 난민 유입에 대한 자국 부정적 감정이 고조하는 상황이 감지되고 있다. 콜롬비아와 에콰도르, 페루 정부는 다음 주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만나 베네수엘라 난민 문제 대응 방안을 협의할 방침이다.

김민성 한경닷컴 기자 me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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