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 관계 끊어라" 트럼프 압박에 유럽기업 보호책 촉구

미국과 유럽이 이란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를 놓고 갈등을 빚는 가운데 독일 정부가 미국의 입김에서 자유로운 금융 결제망과 경제 안전망을 구축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일방적으로 이란핵합의에서 탈퇴하며 유럽에 이란과의 교역·금융 관계를 끊을 것을 압박하자 유럽 기업을 보호하고 이란핵합의 와해도 막기 위한 유럽권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한 것이다.
獨외무 "美 영향 안받는 국제결제망·유럽통화기금 만들자"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이 21일(현지시간) 독일 경제지 한델스블라트에 기고한 글을 통해 "미국이 유럽을 희생시키는 행동을 하는 것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며 이런 입장을 밝혔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마스 장관은 "유럽통화기금(EMF)과 독립적 스위프트(SWIFT) 시스템을 만들어 유럽의 자율성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MF는 유럽연합(EU) 회원국의 경제 위기 때 자금을 수혈하는 유럽판 국제통화기금(IMF)이다.

스위프트는 국제은행간통신협회로, 1973년 유럽과 북미의 240여개 금융회사가 회원사 간 결제업무를 위해 만든 것이다.

이 국제 결제망에는 현재 1만1천여개 금융회사와 중앙은행, 기업 등이 가입해있다.

미국은 지난 5월 이란핵합의 탈퇴를 선언한 데 이어 이달 7일 이란에 대한 제재를 재개했다.

이란의 달러화 매입과 국채발행 금지 등이 제재의 주요 골자다.

미국 업체뿐만 아니라 이란과 거래한 제3국의 기업·개인도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이 적용된다.

미국은 오는 11월 이란과의 금융 거래를 차단하고, 이란산 원유 수입을 금지하는 2단계 제재에 나선다.

국제 결제시스템망인 스위프트에서 이란을 배제해 이란의 국제 금융 거래를 막겠다는 것이 미국의 구상으로 알려졌다.
獨외무 "美 영향 안받는 국제결제망·유럽통화기금 만들자"
이란핵합의 유지를 주장하는 EU는 이란과 거래하는 유럽 기업들이 제재를 받지 않도록 미국에 예외 인정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이란핵합의는 이란이 핵 개발을 중단하고 서방은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해제하는 것으로, 2015년 7월 미국·영국·프랑스·독일·러시아·중국 등 6개국과 이란 사이에 이뤄졌다.

유럽 기업들은 이후 이란에 대한 투자와 교역을 대폭 확대했다.

이는 EU가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 복원으로 이어지는 미국의 이란핵합의 탈퇴를 반대한 이유이기도 하다.

또 미국이 탈퇴했지만, 중동지역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되는 이란핵합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란을 완전히 고립시켜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마스 장관은 유럽과 미국의 '균형 잡힌 동반자관계'를 요구하며 "미국이 '레드라인'(한계선)을 넘을 때 유럽이 평형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 싱크탱크 세계공공정책연구소(GPPi)의 토르스텐 베너 소장은 마스 장관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미국을 상대로 해서 유럽의 금융·통화 자율성을 역대 가장 강하게 요구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