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총리가 지난 5월 집권 이후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했다. 마하티르 총리는 17~21일 중국에 머물면서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에 계속 참여할지와 양국 간 비용 분담 문제 등을 중국 측과 논의한다. 마하티르 총리(왼쪽)와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20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중국의 거시경제 동향이 불안하다. 위안화 환율은 지난 4월 초 달러당 6.3위안 수준에서 8월 초 6.9위안 수준으로 올라 거의 10%가량 가치가 떨어졌다. 그동안 중국의 경제 성장을 견인했던 고정자산투자 증가율도 올 1~7월엔 5.5%를 기록, 2000년대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특히 올 6월까지의 고정자산투자 증가율이 전년 동기 대비 6%였던 데 비해 7월 한 달 동안 0.5%포인트나 떨어진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7월까지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당초 예상치를 상회한 2.1%에 달해 일종의 ‘스태그플레이션’ 조짐마저 보인다.중국은 경기 하강과 환율 불안을 미국의 선공(先攻)으로 시작된 미·중 무역 갈등 때문인 것으로 보고 미국과의 타협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5~6월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과 류허 중국 부총리가 세 차례 무역 협상을 벌였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중국 상무부 차관이 22~23일 미국 재무부 차관을 만나 양국 간 무역 현안을 다시 협상테이블에 올리기로 했다. 미국은 공세적이고, 중국은 초조한 양상이다. 중국 경제 구조가 취약한 탓이다.미·중 무역전쟁은 미국 소비자 물가 상승과 기업의 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미국 경제에도 타격을 주고, 농산물과 자동차 등의 대(對)중국 수출 역시 불리해질 것이라는 중국의 대응 논리는 약하다. 미국이 선별적 관세 부과의 방아쇠를 당기자 그 충격의 상당 부분은 위안화 평가절하로 흡수했으며 관세 부과 대상 외의 중국 상품도 수출 가격이 하락하는 교역조건 악화를 경험했다. 반면 대두(콩)를 포함한 중국의 농산물 및 에너지 수입 가격은 위안화 환율 변동으로 급등했다. 중국은 도시화와 인구구조 변화로 인해 식량안보에 취약하다. 또 원유 사용량의 60% 이상을 수입한다. 최근 미국의 중국 기업 중싱(TZE)에 대한 제재 사례에서 보듯이 외형적으로 급성장한 중국의 첨단 기술 영역은 미국의 기술과 핵심 부품에 의존하고 있다.이번 미·중 무역전쟁은 ‘신형 대국’ 중국의 꿈이 ‘힘의 투사(投射)’가 아니라 체질 변화로 방향을 선회해야 지속적 발전이 가능하다는 교훈을 줬다. 지난 40년간의 개혁개방 과정에서 중국은 외자와 기술 도입에 의한 수출 확대, 중국 공산당의 권력 독점, 지방정부 간의 이기적 경쟁, 정부 주도의 관료적 기업 풍토에 의지해 고성장 가도를 달려왔다. 그로 인한 성장통(成長痛)을 제대로 치유하기도 전에 하루빨리 강대국 반열에 올라야 한다는 강박감에서 힘의 논리에 빠져들어 미국의 견제를 자초했다.중국은 일시적 충격 회피를 위한 미국과의 협상과 환율 조정보다는 경제 체질과 정치경제 구조 변화가 더 시급하다. 이제 인구 14억 명의 중국은 1인당 소득 1만달러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중국이 ‘중등 소득(중진국) 함정’에 빠져 거대한 개발도상국에 머물지 않으려면, ‘하드 파워’에만 의존한 대국이 아니라 ‘스마트 파워’를 갖춘 국가로 거듭나야 한다. 중국의 조화로운 국력 신장은 법치(法治)의 시장, 각 지역 경제의 자율적 발전, 중국 공산당의 민주적 정책결정을 통해 가능할 것이다.우리에게 중국의 변신은 강 건너 불이 아니다. 한국 경제는 중국 거시경제 동향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중국과 환율을 포함한 경제 변수의 동조화 현상 역시 심각하다. 최근 3개월간 원화의 달러 환율 상승폭도 6%에 이를 정도로 위안화 환율 변동 양상과 비슷하다. 경기 침체 속의 물가상승이나 취업난, 산업구조 고도화의 필요성, 식량 및 자원 안보 등 당면 문제도 비슷하다. 그동안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 남북한과 미국, 중국의 상이한 전략 운용으로 한·중 거시경제의 동조화 및 양국 공통의 문제에 대한 실질적 협력 틀이 약화됐다. 중국의 경제 체질 업그레이드에 한국은 가장 적합한 파트너다. 양국 경제의 보완적 협력 강화가 기대된다.
중국 지리자동차가 말레이시아 국민차 기업으로 불리는 프로톤과 신에너지차 분야 합작사를 설립한다.20일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두 회사는 신에너지차 개발과 생산, 구매 등에서 포괄적으로 협력하기 위해 50 대 50으로 합작회사를 세우기로 했다. 양사는 조만간 추가 협의를 벌여 구체적인 개발 계획과 신차 모델, 생산공장 장소 등을 확정할 예정이다.지리차 관계자는 “합작사를 통해 중국과 동남아시아 신에너지차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라며 “프로톤이 중국 시장에 진출하는 것도 지원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지리차는 지난해 5월 프로톤 지분 100%를 가진 말레이시아 대기업 DRB-하이콤그룹으로부터 프로톤 지분 49.9%를 인수해 2대주주가 됐다. 프로톤의 자회사인 영국 스포츠카 제조업체 로터스의 지분 51%도 확보했다.지리차는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에서 유일한 자동차 생산기업인 프로톤과의 협력을 강화해 동남아 전체로 시장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아세안 자유무역협정에 따르면 올해부터 10개 회원국에서 생산된 자동차는 무관세로 역내 수출입이 가능하다. 인구 6억2000만 명의 거대 경제권인 아세안에선 도요타 닛산 혼다 미쓰비시 등 일본 기업이 자동차 시장의 90%가량을 장악하고 있다.프로톤은 ‘아세안 대표 자동차 회사’를 만들겠다는 목표 아래 1983년 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총리 주도로 설립됐다. 1990년대 말레이시아 자동차 시장의 70%를 차지하며 국민차 기업으로 불렸다. 하지만 아세안 시장을 석권한 일본 자동차 기업에 밀려 지난해 자국 시장에서도 점유율이 15%로 떨어지면서 해외 파트너를 물색해왔다.지리차는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자동차 굴기’를 선도하고 있다. 2010년 스웨덴 볼보자동차의 승용차 부문을 인수한 데 이어 지난해 볼보 트럭과 버스를 생산하는 볼보AB 지분 8.2%를 사들였다. 올해 2월엔 메르세데스벤츠와 다임러트럭 등을 산하에 둔 독일 다임러의 지분 9.69%를 매입해 최대주주가 됐다.지리차는 2016년 중국 승용차 판매량 순위에서 10위권에 처음 진입한 뒤 지난해 6위로 수직 상승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06억위안(약 1조7400억원)으로 전년(51억위안)의 두 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중국 내 시장 점유율은 전체 5위, 중국 토종 브랜드 중에선 1위를 차지하고 있다.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
중국 지방정부채 발행이 폭증하고 있다. 최근 20여 일 동안 상반기 발행 규모의 절반 가까운 지방채가 발행됐다. 미·중 통상전쟁 여파로 기업 부도가 증가하는 등 경기침체 가능성이 커지자 경기부양을 위해 채권 발행 규제를 풀어서다.20일 중국 경제전문 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국무원(한국의 국무총리실 격)이 지난달 23일 지방정부에 하반기 1조3500억위안(약 221조원) 규모 채권 발행을 승인하자 그 다음날부터 이달 17일까지 중국 지방정부가 총 6963억위안(약 114조2000억원)어치의 지방채를 발행했다. 이는 올 상반기에 발행한 1조4109억위안의 절반에 육박하는 규모다. 일반 채권은 3549억위안, 인프라 건설용 특수 목적 채권은 3413억위안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광둥성, 장쑤성, 쓰촨성, 네이멍구자치구의 발행액이 각각 500억위안 이상으로 많았다.중국 정부는 최근 경제성장률 둔화가 두드러지자 부채 과다 문제로 중단시켰던 인프라 투자를 허용하고, 통화 긴축정책을 완화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국무원이 지방정부 차원의 인프라 투자 확대 계획을 내놓은 데 이어 공산당 정치국도 곧바로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 회의에서 시중에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결정했다.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