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이와테현 하나마키시에 있는 직원 33명의 오이가와제작소. 1948년 설립된 이 회사는 알프스전기, 히타치제작소 등 일본 주요 전자업체에 정밀판금제품을 공급하는 ‘알짜’ 중소기업이다. 그러나 올해 77세인 오이가와 다카시 사장은 조만간 회사를 정리할 생각이다. 회사가 어려워서가 아니다. 매년 흑자를 내고 있다. 문제는 마땅한 후계자가 없다는 것. 오이가와제작소뿐만이 아니다. ‘중소기업 천국’으로 불리는 일본에서 최근 경영 후계자를 찾지 못해 폐업을 앞둔 사례가 넘쳐나고 있다.
'中企 천국' 일본의 한숨… 후계자 못찾아 세 곳 중 한 곳 문 닫을 판
◆127만여 개 기업 ‘폐업 사정권’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0일 “382만 개 일본 기업의 99.7%를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 중 3분의 1가량이 경영 후계자를 찾지 못해 5년 안에 휴·폐업에 내몰리는 ‘대폐업의 시대’가 도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보도했다.

가장 큰 이유는 경영자의 고령화와 후계자 부재(不在) 때문이다. 지난해 경제산업성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경영자가 가장 많은 연령대는 65~69세이고, 중소기업 경영자의 평균 은퇴연령은 70세로 나타났다. 2025년을 전후해 중소기업 경영자가 무더기로 은퇴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경영 후계자 충원이 어렵다. 현재 70세 이상 중소기업 경영자만 245만 명가량인데 이 중 절반 정도만 후계자를 확보한 상태고, 나머지 절반(약 127만 개 기업)은 후계자를 찾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에는 ‘가업을 잇는다’는 의식이 강해 경영진의 친족 중에서 경영 후계자를 찾는 것이 수월했지만, 최근 젊은 세대는 ‘자신의 꿈’을 찾아 나서는 사례가 늘었다. 대다수 중소기업이 지방에 자리잡고 있는 점도 후계자를 확보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특단의 대책이 나오지 않는 한 2025년까지 120여만 개 기업이 무더기 폐업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휴·폐업하는 중소기업이 늘고 있다. 도쿄상공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휴·폐업한 기업은 2만8142개였다. 10년 전보다 30% 늘었다. 휴·폐업 중소기업 중 절반 이상이 흑자 상태였고, 83.5%는 경영자 연령이 60대 이상이었다. 휴·폐업 당시 최고경영자 연령은 관련 통계를 취합한 2000년 이후 가장 높았다.

경제산업성은 중소기업들이 경영 후계자를 찾는 데 실패하면 22조엔(약 223조원)가량의 국내총생산(GDP) 손실과 65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추산했다.

◆효과 미미한 가업상속 지원정책

일본 정부는 산업 경쟁력의 ‘맥’을 잇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올초 일본 정부·여당은 중소기업의 원만한 세대교체를 위해 가업 승계 시 세금 우대를 확대하는 방안을 10년간 집중적으로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가업 승계 시 상속 주식(비상장 주식 기준)의 3분의 2까지만 적용하던 상속세 유예 혜택을 상속 주식 전체로 확대했다. 친족 이외 경영자가 기업을 승계할 때는 등록 면허세와 부동산 취득세도 경감하기로 했다. 중소기업의 인수합병(M&A) 활성화를 위해 세금 감면과 예산 지원도 병행하기로 했다.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상공회의소, 금융회사 등이 팀을 이뤄 M&A 작업도 도와주고 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