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대화 재개 후 美증시 환호했지만 中증시는 급락해 대조
금융시장 불안 여전…경기 둔화 우려 속 中정부, 경제안정에 총력
무역전쟁 한숨 돌렸지만… 중국 경제 곳곳 '경고등'
미국과 중국이 무역협상을 재개하기로 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강공에 고전해온 중국이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미국과 무역전쟁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것이라는 우려는 다소 진정됐지만 경제 성장 둔화세가 점점 뚜렷해지는 가운데 금융시장 불안도 지속하고 있어 중국 경제 곳곳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이다.

17일 미중 무역협상 재개 소식에 미국 증시가 급등했지만 중국 증시는 급락했다.

이는 무역전쟁 완화 기대감 속에서도 중국 경제 전반에 대한 불안감이 시장을 짓누르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이날 상하이종합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34% 급락한 2,668.97로 거래를 마치면서 신저가를 새로 썼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장중 2,665.59까지 밀려나면서 2016년 2월 이후 최저 수준까지 추락했다.

중국판 나스닥인 창업판 지수도 2% 이상 급락하면서 3년반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날 새벽 미국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58% 상승한 25,558.73에 거래를 마치는 등 미국 지수들은 급등했다.

미중 무역전쟁 완화 기대감에 이날 중국을 제외한 한국, 일본, 베트남, 인도 등 대부분 증시도 상승 마감해 중국 증시의 약세 현상이 유독 도드라졌다.

중국 증시는 올해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미중 무역전쟁까지 벌어지면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중국의 벤치마크 지수인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 1월 고점(3,587.03) 이후 이날까지 25% 이상 폭락한 상태다.
무역전쟁 한숨 돌렸지만… 중국 경제 곳곳 '경고등'
미중 무역전쟁에서 중국이 사실상 패배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 속에서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도 급락했다.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는 미·중 무역분쟁이 본격화하면서 최근 석 달 사이 8% 가까이 급락했다.

위안화 가치의 급속한 하락은 중국 주식에 투자한 외국인들에게 환차손까지 입힐 수 있다.

따라서 위안화 가치 추가 하락은 외국 자본의 대량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 증시에 지속적인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물 경기 쪽으로 시선을 돌려봐도 문제가 여러 상황이 녹록지 않다.

중국의 1∼7월 고정자산투자 증가율은 통계가 있는 199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앉았고, 7월 소매판매도 작년 같은 달보다 8.8% 증가하는 데 그쳐 시장 전망치인 9.1%와 전월 증가율 9.0%에 모두 미치지 못했다.

기업들의 자금난도 심화하면서 올해 들어 채무 불이행이 급증하는 추세다.

시중의 자금난을 반영하듯 중국에서 1년 만기 회사채 금리는 2016년 4.5% 수준이었지만 올해는 7%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설상가상으로 전 세계에서 유례없이 발전한 개인 간 대출(P2P) 산업은 중국 경제에 '핵폭탄'급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의 P2P 대출은 무려 1조4천900억위안(245조원) 규모로 성장했지만 최근 들어 업체들의 도산이 이어지면서 큰 사회적·경제적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무역전쟁 한숨 돌렸지만… 중국 경제 곳곳 '경고등'
이에 중국 정부의 경제 정책의 초점은 기존의 부채 감축(디레버리징)을 통한 경제 위험 요인 제거에서 경기 부양을 통한 경기 안정화로 돌아서고 있다는 평가다.

중국 국무원은 지난 6월 지방정부가 인프라 건설을 위해 1조3천500억위안(약 221조원)에 달하는 채권을 발행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중국 정부가 내놓은 4조위안 규모의 부양 정책을 연상케 한다.

여기에 더 나아가 재정부는 지난 14일 지방정부에 채권 발행을 서두르라면서 늦어도 9월까지 배정된 물량의 80%를 발행하라고 촉구했다.

또 공산당 고위 의사 결정 기구인 정치국은 지난달 31일 하반기 경제 운영 방향을 논의하는 회의를 열고 시중에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하고 인프라 건설을 늘려나가겠다고 밝혔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올해 물가 인상을 우려해 기준환율에는 손을 대지 않고 있지만 이미 올해 들어서만 세 차례 지급준비율을 내리면서 자금난에 처한 중소기업 등 특정 지원 대상에 유동성을 집중적으로 공급했다.

홍콩 ING은행의 중국 담당 이코노미스트인 아이리스 팡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중국은 이미 비상 상황에 들어가면서 최우선 순위가 경제안정 유지로 바뀌었다"며 "이제 누구도 실제로 디레버리징에 관해 얘기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