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공동 창업자에 車庫 빌려주고
유튜브 인수 이끈 '구글의 어머니'
글로벌 동영상 플랫폼 시장 평정

동영상 시장 미래를 보다
중국 대학생들 팝송 립싱크
짧은 영상 보고 '저거다' 판단
래리 페이지·세르게이 브린 설득

비싸다 비판 쏟아져도 밀어붙여
12년전 16억5000만달러에 인수
기업가치 100배 가량 성장

인문학 전공 '실리콘밸리 토박이'
우연히 컴퓨터 입문 수업 듣고
코딩·인터넷에 흥미, IT분야 투신

포브스 '영향력 있는 여성 6위'
워라벨 중시하는 다섯아이 엄마
CEO 취임 후 여직원 대폭 늘려
일러스트=신택수 기자 shinjark@hankyung.com

일러스트=신택수 기자 shinjark@hankyung.com

구글은 2006년 유튜브를 16억5000만달러에 인수했다. 당시엔 인수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논란이 많았다. 매출도 나지 않는 데다 저작권 분쟁에 휘말릴 위험이 있는 동영상 공유 사이트의 인수가로는 지나치게 높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이때 ‘구글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구글비디오를 접고 유튜브를 인수해야 한다’고 구글의 두 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을 설득한 사람이 지금의 유튜브 최고경영자(CEO)인 수전 워치스키다.

하나의 동영상이 계기가 됐다. 중국 대학생들이 기숙사에서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미국 팝그룹 백스트리트보이즈의 노래를 립싱크하는 모습을 담은 유튜브 동영상이 큰 인기를 끌고 있었다. 워치스키 CEO는 “영상을 보며 이 시장이 진짜 중요해지겠다는 생각이 들더라”며 “사람들은 세계 곳곳에 사는 다른 사람들을 보고 싶어 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그의 통찰은 동영상 시장의 본질을 꿰뚫고 있었다. 지금 유튜브에는 분당 400시간 분량의 영상이 업로드되고, 세계 유튜브 시청자는 하루에 10억 시간 이상의 동영상을 보고 있다. 구글은 유튜브 매출을 따로 발표하고 있지 않지만 기업가치만 놓고 봐도 인수가의 100배 가량인 1600억달러 규모로 성장했다고 모건스탠리는 추정했다.

구글 검색 페이지 초기화면 만들어

워치스키는 2014년 2월 유튜브 CEO 자리에 오르기 전까지 대중에 잘 알려진 ‘구글러’는 아니었다. 2011년 새너제이 머큐리뉴스는 당시 구글 제품관리담당 수석부사장(SVP)이던 워치스키를 “당신이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가장 중요한 구글러”라고 소개했다.

세간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구글 내부에선 이미 그에 대한 신망이 두터웠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워치스키가 이끄는 팀에서 일하면 인정받을 수 있다는 얘기가 구글에서 통용될 정도”라고 전했다. 워치스키는 콘텐츠 제작자와 플랫폼 간 광고 수익을 나누는 프로그램인 구글 애드센스를 기획했고 더블클릭과 유튜브를 인수하는 데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구글의 상징인 검색 페이지 초기 화면의 두들(doodle)에서 느낌표 등을 떼고 지금의 형태로 만든 것도 워치스키다.

워치스키는 1998년 구글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워치스키는 스탠퍼드대 근처 멘로파크에 새집을 마련했다. 모기지(주택담보대출) 부담도 줄일 겸 사무실을 찾고 있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 차고를 내주고 빈방도 빌려주기로 했다. 이 스타트업이 구글이다. 구글 공동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 알파벳(구글 모회사) 사장과 수전 워치스키의 동생 앤 워치스키는 한때 부부의 연을 맺기도 했다. 앤 워치스키도 유전자정보 스타트업인 23앤미의 창업자다.

미 포브스는 자수성가한 자매로 모델 킴 카다시안 자매와 함께 수전과 앤을 소개하기도 했다. 어머니 에스더 워치스키는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독립심을 키워주고, 비판적으로 생각하고 다양한 주제에 파고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줬다”고 말했다.

역사와 경제학 전공하고 인텔 입사

워치스키 CEO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당신의 성(last name)을 잘못 발음하는 사람도 채용하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그렇다. 안 그러면 뽑을 사람이 없을 것”이라며 웃었다. 워치스키는 폴란드계 미국인으로 스탠퍼드대 물리학 교수인 아버지 스탠리 워치스키와 러시아계 유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거의 모든 미국인이 ‘워치스키(Wojcicki)’ 발음을 어려워하는 것을 잘 아는 그는 자신의 성을 어떻게 발음하는지를 들을 수 있는 영상을 유튜브에 올려놨다.

워치스키 가족은 스탠퍼드대 캠퍼스에서 살았다. 맏딸인 그는 ‘실리콘밸리 토박이’였지만 관심 분야는 역사와 경제였다. 하버드대에서 역사학과 문학을 전공한 뒤 캘리포니아대에서 경제학 석사, UCLA 앤더슨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받았다. 이후 선택한 직장은 인텔이었다. 인문학도이던 그가 정보기술(IT)업계에 뛰어드는 계기가 된 것은 우연히 들은 컴퓨터 입문 수업이었다. 그 수업에서 코딩과 인터넷에 관심을 두게 됐고 구글의 잠재성을 알아보기에 이르렀다.

워치스키는 1999년 마케팅 매니저로서 구글의 16번째 직원이 됐다. 그는 “당시 인터넷에서 뭔가 일어나고 있었다”며 “그 일이 온통 내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었고 나는 그 일부가 되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하루 15시간씩 일할 필요는 없다”

워치스키는 지난해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6위에 올랐다. IT업계만 떼놓고 보면 구글에서 동료로 일했던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4위)에 이어 두 번째다. 샌드버그 COO는 “워치스키는 구글에서 워킹맘으로 일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워치스키는 다섯 아이의 어머니이기도 하다. 그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유지하는 CEO로도 잘 알려져 있다. 저녁식사는 대부분 가족과 하고, 보통 일요일엔 오후 9시까지 이메일에도 답변하지 않는다. 워치스키 CEO는 “IT업계에서 성공하려면 업무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며 “인사이트를 얻고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 많은 시간을 쓰고 실제로 적절히 일을 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루에 15시간씩 일할 필요는 없다”고 그는 강조한다.

그는 대외적으로도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우버 성추문으로 불거진 IT업계의 성차별 문제와 관련해 워치스키는 “실리콘밸리 기업에서 더 많은 여성을 고용하고 그들이 임원으로 승진해야 ‘보이 클럽’의 마초 문화를 극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성을 존중하는 기업 문화가 조성되면 성차별로 인한 소모적인 갈등이 사라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가 CEO에 취임한 후 유튜브의 여성 직원 비율은 24%에서 30%로 상승했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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