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정부가 미국산 승용차, 주류, 담배 등에 부과되는 관세를 대폭 인상했다고 로이터통신이 15일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터키산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를 2배 올리기로 한 데 대한 보복이다.

터키는 미국이 관세를 인상한 뒤 리라화 가치가 폭락해 어려움에 빠진 상황이다. 터키와 미국은 시리아 사태 해법 및 이란 제재 동참, 터키에 장기 구금돼 있는 미국인 목사의 석방 문제 등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서명한 관보에 따르면 미국에서 수입하는 자동차는 120%, 주류는 140%, 잎담배는 60%까지 관세율이 인상됐다. 터키 정부는 화장품, 쌀, 석탄 등의 품목에 부과되는 관세도 올렸다.

푸앗 옥타이 터키 부통령은 트위터에 “미 정부의 고의적 공격에 맞서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일부 제품에 수입 관세가 인상됐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미국의 경제 제재에 맞서 애플 아이폰을 비롯한 미국 전자제품 불매 운동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터키의 대미 수입액은 지난해 기준 119억5000만달러로 중국 독일 러시아에 이어 네 번째로 많다. 대미 수출액은 86억6000만달러다.

터키는 관세보복에 그치지 않고 미국이 주도하는 러시아와 이란 등에 대한 제재에 동참하지 않기로 했다.

인테르팍스통신에 따르면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교장관은 기자들에게 “우리는 대(對)러시아 제재를 지지한 적이 없다”며 “대이란 제재와 관련해서도 그런 제재에 가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런 브릴리언트 미 상공회의소 수석부회장은 성명을 내고 “최근 미·터키 관계는 양국의 경제적 이익을 위협하고 수십 년 동안 그 가치가 입증돼왔던 동맹관계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춘호 선임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