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채권 보유 및 대출이 많은 일부 유럽 은행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달러 대비 터키 리라화 가치가 지난 10일 하루 만에 15% 이상 급락하면서 터키 은행과 기업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험이 커지고 있어서다. 마켓워치는 “가뜩이나 대외 부채가 많은 터키는 리라화 폭락으로 곧장 절벽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있다”며 “구제금융을 신청해야만 할 처지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달러 대비 리라화 가치는 올 들어 70% 가까이 떨어졌다.

터키 리라화, 하루 새 15% 폭락에… 유로존 은행 '나 떨고 있니'
유럽중앙은행(ECB) 산하 단일은행감독기구(SSM)는 스페인 BBVA, 이탈리아 우니크레디트, 프랑스 BNP파리바 등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은행들의 과도한 터키 익스포저(위험노출액)를 우려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스페인 은행들이 터키에 대출해준 금액은 833억달러, 프랑스 은행들은 384억달러, 이탈리아 은행들은 170억달러로 집계됐다. 개별 은행의 익스포저는 공개되지 않았다.

ECB는 이미 리라화 약세로 터키 은행들의 디폴트 위험이 커졌다고 경고한 상태다. 터키 은행권 자산의 40%가량은 외화 대출이다. BIS에 따르면 터키 은행들이 해외 자회사 등을 통해 보유하고 있는 달러화 대출은 1480억달러에 이른다. 유로화 대출은 1100억달러로 집계됐다.

유로존 은행에 대한 우려는 시장에 즉각 반영됐다. 유로스톡스 은행지수는 10일 3.1% 내렸다. ECB의 경고가 나온 뒤 BBVA와 우니크레디트, BNP파리바 등 유럽 은행들의 주가가 일제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터키 관영 아나톨루통신에 따르면 터키의 해외 부채는 3월 말 기준 4666억7000만달러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53%다. 이 중 4분의 1은 올해 안에 상환해야 하는 단기 부채다. 도이체방크는 터키의 외화표시 부채가 GDP의 70%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리라화 가치가 떨어질수록 외화부채 상환 부담은 커진다.

터키 정부는 “터키 은행권과 기업에 유동성 위험은 없다고 본다”고 밝혔지만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는 터키에 대한 경제적 압박이 커지면서 악성 대출이 늘어날 전망이라고 밝혔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