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감세와 규제 완화를 통해 경제 호황을 이끌어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친(親)기업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이번엔 휴가 중에 보잉과 페덱스, 펩시코, 마스터카드 등 주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과 만찬을 하며 정책 방향에 대한 의견을 경청해 주목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CEO들에게 3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이 5%(전 분기 대비 연율 기준)를 넘길 것이라고 자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휴가 중인데도 7일(현지시간) 뉴저지주(州) 베드민스터의 트럼프내셔널골프클럽에서 기업 CEO들과 만찬을 했다. 만찬에는 데니스 뮬런버그 보잉 CEO와 프레드 스미스 페덱스 CEO, 해럴드 햄 콘티넨털리소시스 CEO, 앨릭스 고스키 존슨앤드존슨 CEO, 인드라 누이 펩시코 CEO 등의 기업인들이 초청됐다.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 장녀인 이방카 트럼프와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부부,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 크리스 리델 백악관 부비서실장도 참석했다.

백악관은 “대통령이 경제가 어떻게 움직이고 있으며 향후 기업의 우선순위와 계획이 무엇인지 의견을 듣기 위한 자리로, CEO들은 미국 노동자를 고용하는 사람들”이라고 치켜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연 5%대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무역 정책을 나열하며 “미국 경제를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새 경지로 끌어올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2분기 성장률(연율 4.1%)보다 3분기가 더 좋을 것이라는 얘기다.

마이클 맨리 피아트크라이슬러 CEO와 짐 코흐 보스턴맥주 회장 등은 감세와 규제 완화에 감사의 뜻을 밝혔다. S&P 500 기업 대다수는 올 들어 매분기 20% 이상의 이익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2일 신차에 적용될 연비 기준을 2020년부터 2026년까지 갤런당 37마일(약 15.7㎞/L)로 동결해 자동차업계의 숙원을 해결해 주기도 했다.

만찬에 참석한 기업인들은 중국과의 통상전쟁과 관련해 협상을 제안했다. 미국 제조업협회(NAM)의 제이 티먼스 회장은 “제조업체들은 글로벌 공급망에 의존하고 있는데, 관세 부과는 가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중국과의 협상테이블에 다시 앉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다른 CEO들도 이 같은 의견에 동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약간의 다툼이 있다”면서도 “결국에는 환상적 교역관계를 맺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친기업 행보 덕에 미국은 호황이지만, 다른 나라들은 미 정부의 감세 때문에 세수가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미국 법인세율 인하(35%→21%)로 세계 각국이 다국적 기업들로부터 걷는 세금이 최소 1.6%에서 최대 13.5%까지 감소할 수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알렉산더 클렘 IMF 조세정책국 부국장은 멕시코 일본 영국 등 미국과 긴밀한 경제 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가 가장 큰 세수 손실을 경험할 것으로 전망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