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지난 5월8일 ‘이란 핵협정’을 탈퇴하며 예고한 대(對)이란 경제 제재가 7일 0시(미 동부시간, 한국시간은 7일 오후 1시) 재개된다. 버락 오바마 전임 행정부가 이란 핵협정 체결을 계기로 2016년 1월부터 유예했던 제재를 2년7개월 만에 부활시키는 것이다.

앞으로 이란과 금, 금속, 자동차 등을 거래하거나 이란 국채를 매입하는 기업과 개인은 미국의 제재를 받게 된다. 한국 기업과 개인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제재 부활 방침에 강력 반발해온 이란은 석유 수송 요충지인 호르무즈해협 봉쇄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트럼프, 7일 '이란 고사작전' 돌입… 호르무즈해협 초긴장
◆미국 강공에 휘청이는 이란 경제

미국의 이란 제재는 두 단계로 이뤄진다. 7일 부활하는 1단계 제재는 이란의 미 달러화 매입, 이란과의 금·귀금속·자동차·차부품 거래, 이란산 금속·광물 거래, 이란 리알화 거래 등을 차단하는 내용이다. 미국과 이란의 직접 거래가 제한될 뿐만 아니라 제3국 기업과 개인의 거래도 제재 대상(세컨더리 보이콧)이다.

이어 11월5일부터는 훨씬 강도가 센 2단계 제재 조치가 취해진다. 이란산 원유·천연가스 수입이 금지되고 이란과 금융거래도 할 수 없게 된다. 사실상의 ‘이란 고사작전’이다.

이란 경제는 이미 휘청거리고 있다. 이란 리알화 가치는 올 들어 미 달러화 대비 57% 폭락했다. 5일 이란 중앙은행의 공식환율은 달러당 4만4120리알이지만 외환거래 사이트인 본바스트에 따르면 실제 시장에선 달러당 10만리알 안팎에 거래된다. 연 10%를 넘나드는 물가 상승률은 더 치솟을 가능성이 크다. 리알화 가치 급락과 물가 급등에 대비해 안전자산인 금 사재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란 중앙은행의 8.13g짜리 금화 값은 3600만리알로 연초보다 2배 이상 뛰었다.

이란 중앙은행은 6일부터 변동환율(시장환율) 거래를 일부 허용하는 시장 안정책을 내놨다. 해외 여행객이 시장환율로 외화를 매도하는 것을 일부 허용하기로 했다. 외환거래를 부분적으로 현실화해 암시장을 차단하고 리알화 가치 급락을 막겠다는 의도다.

◆이란은 호르무즈해협 봉쇄 위협

이란 정부는 신형 원심분리기 가동을 준비하며 핵 활동을 재개했다. 기존 핵협정의 틀 안에서 이뤄지는 조치지만 여차하면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재개할 수 있다는 경고 성격도 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앞서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30%가 지나가는 호르무즈해협 봉쇄 훈련을 벌였다. 상황에 따라선 국제 원유 시장이 출렁일 가능성이 있다. 이란 군부와 보수세력은 미국이 이란산 원유 수출을 막으면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도 탈퇴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일각에선 미국과 이란이 9월18일 유엔총회에서 정상회담을 통해 극적으로 타협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단기간에 갈등이 해결되긴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은 제재 해제의 조건으로 모든 핵 폐기, 탄도미사일 개발 중단, 우라늄 농축 중단, 시리아에서의 철수 등 사실상 ‘백기투항’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란도 미국의 핵협정 복귀와 탈퇴 조치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고 있어 양국의 인식 차이가 크다.

이란 제재가 지속되면 한국은 원유 수입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는다. 이란은 지난해 한국의 3위 원유 수입국(약 1억4700만 배럴)이었다. 한국의 대이란 수출액은 약 40억달러로 전체 수출의 1%에 못 미치지만 이란에 수출하는 2700여 개 중소기업은 적잖은 피해를 입을 전망이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